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사업 아이템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상권을 파악하지 못한 채 엉뚱한 제품을 선보인다면 소비자의 관심을 받는 데 실패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구매수요'다. 현장의 구매수요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해당 창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현장 파악의 중요성이 잘 드러나는 일화가 있다. 3개월 전 창업을 준비 중인 40대 초반 부부를 만났다. 이 부부는 거주 지역 내에 스몰비어를 창업하고 싶은데 확보된 자금이 5,000만원 정도라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사는 곳을 물으니 경기 광주시 오포읍이란다. 도심 상권과는 거리가 먼 지역이었지만 편견을 버리고 우선 상권을 보기 위해 찾아갔다. 상권 예정지는 오포읍에서도 논밭을 한참이나 가로질러 가야 했다.
창업 예정지 주변의 교통량, 인구 유동량, 동선, 상권의 크기를 업종별로 따져보고 점포 주변을 시간대별로 파악해 주변 경쟁업소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도심 중심 상권과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주변 5개 아파트 단지 2,500여 세대 중 상권흡수가 가능한 세대가 800~900세대 정도 됐다. 단독 주택과 다세대 주택이 밀집해 있어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 유동인구는 많지 않았지만 버스 정류장을 마주하고 있고 인근 주거 연령층도 20~60대까지 다양했다. 퇴근 후에는 자동차로 20~30분 거리인 분당 등 도심으로 빠져 나가는 인구가 적다는 장점도 있었다.
문제는 스몰비어의 경쟁력 여부였다. 지나치게 포화된 스몰비어 시장보다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프리미엄 미니비어펍을 추천했다. 예비 창업자가 선택한 미니비어펍은 감성을 자극하는 인테리어와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메뉴로 기존의 스몰비어와 차별점을 두고 있다. 49.5㎡(15평) 매장 기준 보증금 3,000만원, 권리금 2,000만원, 월세 150만원, 인테리어 비용과 가맹비 등 3,500만원을 합해 8,500만원을 들여 매장을 열었다.
철저한 상권 분석을 통해 비도심 상권임에도 예비 창업자 부부의 매장은 개업 후 동네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른 시간에는 동네 어르신들과 주부들의 모임 장소로, 퇴근 시간대 이후에는 주변 공장 근로자들과 직장인들로 만석을 이루고 있다. 주말에는 공동화 현상이 있는 도심의 오피스 상권과는 달리 가족끼리 외식장소로도 찾아오고 있다. 현재 일주일 내내 매출에 큰 변동이 없이 일 매출 80만~12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아이템과 오픈 이후 가맹 본사의 지속적인 지원 시스템만 갖춰진다면 창업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도심 상권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상권이라고 해도 고정 고객층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알짜배기 상권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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