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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인천광역시청 2층 시장실. 이갑수 이마트 대표와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등 국내 대형마트 업계를 대표하는 3사의 수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인천시, 인천상인연합회와 사회공헌사업 업무 협약 체결을 통해 인천지역 전통시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대형마트 업체들이 개별이 아닌 공동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상생 협약을 맺고 전통시장 활성화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새로운 대-중소 유통업체 상생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개별 회사 차원에서 진행해 온 방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3사가 공동으로 전통시장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롯데마트를 이끌게 된 김종인 대표는 "상생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각 사 대표들은 이 자리에서 인천시의 전통시장 지원 사업에 상생기금 1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인천시의 재정난으로 전통시장 지원 사업이 중단된 위기에 처하면서 지역 상인들이 안타까워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인천시가 지난 2009년부터 2년에 한 번 개최하는 '전통시장 우수상품전시회'는 63개 지역 전통시장의 특산품과 이색 먹거리를 전시, 판매하면서 지역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왔다. 또 '인천상인 한마음 전진대회'는 상인들로부터 서비스와 마케팅 기법에 관한 교육과 정보 공유의 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두 행사 모두 예산 부족으로 명맥이 끊길 처지다. 이승부 인천상인연합회 회장은 "인천에서 처음 시작된 마트3사와 함께 하는 상생 협약이 전국 전통시장으로 확산되길 바란다"며 "무엇보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임해야 서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3년여 동안 대형마트 출점 및 영업 규제 등이 본격화한 이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간 갈등이 전국 각지에서 속출했다. 개별 대형마트가 인근 전통시장과 합의점을 찾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이번 인천 사례처럼 업계가 함께 상생 방안을 마련한다면 대형업체와 중소 상인간 소통이 더욱 쉬워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와 더불어 3사 대표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경영 노하우 전수 등 다양한 사업과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이번 협약의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또한 이들은 협약식 후 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인천 지역 경제를 담당하는 실무급 공무원들과 만나 지역 경제 현안도 청취했다. 현재 인천 지역에서는 송도, 청라 등지를 중심으로 지역 개발이 진행 중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유통산업은 모두에게 중요한 산업으로 대기업과 전통시장이 서로 갈등만 해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만큼 양측이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며 "인천의 사례가 다른 지역에 모범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시장은 또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함께 하는 행사를 위해 장소 제공 등 제반 행정 지원에 적극 동참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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