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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의 방송/유혁인 종합유선방송위원회 위원장(로터리)

각종 형태의 정보를 2진법으로 표현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방송의 변화를 가속화시키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디지털화는 프로그램의 제작, 전송뿐만 아니라 이를 수신하여 저장하고 재생하는데 이르기까지 그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이런 현상은 미래의 방송이 더 이상 오늘의 방송과 같을 수 없음을 엄연한 사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그동안 개별적으로 발전해 온 방송, 통신 정보처리산업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영역간의 융합이 더욱 용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어느 영역에 전속시키기 곤란한 새로운 서비스영역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나아가 수신장치도 하나의 단말기로 통합되면서 컴퓨터, 오디오, TV, VTR, 전화기 등의 다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디지털 멀티미디어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 NHK 과학기술연구소가 개발하여 2∼3년이내에는 실용화가 기대되는 통합서비스형 TV용 홈서버(ISDB의 일종)가 그 대표적인 예다. 여기서 채택하고 있는 계층적 기록방식은 한 TV세트안에서 여러 채널의 동시 녹화·축적은 물론 녹화·축적된 프로그램에 대한 고속탐색과 동시재생도 가능하게 한다. 이런 기능들은 방송이 신문에 비해 기록성이 뒤떨어진다는 종래의 지적을 무색케 만들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디지털화는 방송채널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전파의 희소성논리에 입각한 기존의 규제 의미를 밑바탕부터 뒤흔든다. 여기에다 오늘날 방송통신기술의 발달은 무수한 외국의 디지털 위성방송들이 거침없이 우리의 안방으로 파고드는 국경없는 방송을 더욱 구체화시키고 있어, 국가에 의한 전파 관리에 대해 근본적 회의마저 느끼게 한다. 이런 국면에서 종래의 규제를 고식적으로 답습하는 것은 결코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지금 선진각국이 규제완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런 시대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의 방송통신정책도 환경의 변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전반적인 재검토가 절실하다. 케이블TV의 경우 산업 내부적으로는 전문편성, 외화비율 상한선 등 각종 규제의 타당성과 실효성을 면밀히 재검토해봐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지니는 의미를 음미하고 이에 적절히 적응해야 할 것이다. 만약 종래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방송정책을 전개한다면 현실과의 괴리를 초래할 것이 뻔하다. 개방과 경쟁, 폐쇄와 진입규제중 과연 어느 것이 산업의 자생력을 키우고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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