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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서구 근대역사는 혁명이 만들었다

■ 혁명의 탄생(데이비드 파커 외 지음, 교양인 펴냄)<br>'휘그적 신념 VS 마르크스식' 두가지 관점으로 재조명


소련 내에서도 스탈린 독재체제에 맞서는 세력이 있었다. 자주적인 정치노선을 유지했던 유고슬라비아에서 1946년 20만명의 사람들이 마샬 티토 유고슬라비아 대통령과 스탈린 소련국방회의 의장의 초상화를 들고 노동절 기념행진을 하고 있다.

공산주의 독재체제 붕괴의 발단은 베를린 장벽의 철거에서 비롯됐다. 사진은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을 철거하는 모습.

1989년 11월 9일 독일을 동서로 갈라놓았던 베를린 장벽이 철거됐다. 1961년 동독 시민들이 서독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위해 쌓았던 장벽은 강경 노선의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기위한 방편이었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 이후 3년이 지난 1991년,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가 무너졌다. '역사는 혁명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다. 서양의 혁명은 민주주의, 공화주의, 자유주의 민족주의, 파시즘 등 근대 서양의 핵심 정치 이념을 탄생하게 한 주역이다. 프랑스 혁명은 계몽주의를 근간으로 일어났고 자유주의는 잉글랜드 혁명을 이끌었으며, 공산주의 열정은 러시아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혁명은 이전의 전통을 단절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위한 뜨거운 물결이다. 혁명이 본격화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혁명과 대중은 근대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역사학자들은 서양의 혁명은 1500년대 이후 시작됐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서양 근대의 최초 혁명은 1566년 일어난 네델란드 혁명으로 꼽힌다. 네델란드 혁명은 16세기 네델란드가 에스파냐의 가혹한 종교탄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란을 일으키고 국가를 선포했다. 네델란드 혁명이 터진 후 유럽 전역에는 지방자치를 원하는 욕구가 거세게 일면서 잉글랜드 혁명과 프랑스 혁명에도 영향을 미쳤다. 책은 서구의 오늘을 만든 근대적 혁명이 터진 이유와 혁명의 주체 그리고 혁명의 성공과정을 다룬다. 책에서 말하는 혁명은 역사적 흐름의 단절이자 정치에서 돌이킬 수 없는 변화, 국가 기구 자체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사건을 말한다. 서양의 혁명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된다. 자유를 외친 휘그적 신념과 봉건적 속박으로부터 자본주의를 해방한 마르크스식의 관점이다. 휘그(Whig)는 영국 정당의 시초로 19세기 신흥시민층과 제휴해 자유주의적 개혁을 목표로 선거법을 개정하게 된다. 마르크스식 관점에 의한 혁명은 러시아혁명이 여기에 속한다. 대부분 혁명은 비슷한 의식의 대중이 벌이는 집단행동과 유혈사태가 불가피한 것이 정석처럼 여겨지지만, 집단행동에 의한 반란이 곧 혁명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도권이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있거나 이를 제압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유지하는 한 혁명적 상황은 도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익의 보수파에 의한 혁명도 있다. 파시즘이 좋은 예다. 파시즘이 혁명인가에 대한 논란은 분분하지만, 책은 파시즘이 근본적으로 극단적인 민족주의의 혁명적 형태라고 단정한다. 특히 국가의 쇠퇴에 두려움을 느낀 급진적 민족주의자들의 보수혁명이라고 설명한다. 한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은 혁명으로는 소비에트의 탈공산주의 혁명을 꼽았다. 1991년 12월 소련 연방의 해체를 선언하고 독립국가 연합이 결성된 것을 두고 '무혈의 쿠테타'라고 부르기도 한다. 책은 이념이 싹을 틔우고 변모하는 과정을 혁명의 현장에서 포착해 서구의 근대 역사를 재구성한다. 혁명을 통해 만들어진 역사와 이를 통해 태어난 민중의 형성과정을 읽을 수 있다. 특히 혁명지도자들이 어떻게 통제력을 잃지 않으면서 민중과 동맹을 유지해 혁명을 성공시켰는지에 대한 배경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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