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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뜨는 스타 PB들 연봉 수억대… 생존 경쟁도 치열

美 금리인상 이후… PB가 증권사 경쟁력

고액자산가 벗어나 수천만원까지 고객 문턱 낮춰

증권사 PB사관학교 운영 등 인력 육성 경쟁 가열

"고객과의 믿음이 중요 덕목… 신뢰 못 받으면 도태"

PB전성시대, 한투증권 영등포센터3
김재동(왼쪽) 한국투자증권 영등포PB센터장이 18일 지점을 찾은 한 고객에게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유망한 금융투자 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기자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정모(40)씨. 그는 최근 만기가 돌아온 적금 3,000만원을 어떻게 굴릴지 상담을 받기 위해 한 증권사 지점을 찾았다가 신선한 경험을 했다. 지점 안쪽 푹신한 소파가 있는 방으로 안내를 받고 프라이빗뱅커(PB)에게 상담을 받았기 때문이다. 창구 직원에게 상담을 받을 줄 알았던 정씨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PB는 정씨의 자금상황과 미래 계획을 자세히 물어본 뒤 포트폴리오를 짜줬다.

과거 PB들의 컨설팅 서비스는 고액자산가들만 받을 수 있는 전유물이었지만 최근에는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자산관리 컨설팅서비스 수요가 워낙 늘어난데다 증권사들도 기존 브로커리지 위주에서 벗어나 고객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고객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산프로그램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다. 어떤 PB를 만나느냐에 따라 투자수익률이 달라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각광 받는 PB=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보험·증권업에 종사하는 PB는 약 56만명에 달한다. 업권별로는 보험업이 약 50만명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은행 5만명, 증권 7,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 중 금융투자업계의 PB는 예적금·보험·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업권의 상품을 넘나들며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기 때문에 '엘리트 PB'로 꼽힌다.

최근 증권사들은 자산관리 분야를 강화하면서 PB를 늘리고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저금리·저성장 시대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투자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PB는 지난 2011년 말 기준 34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93명으로 크게 늘렸다. 신한금융투자는 자산관리 점포인 PWM센터를 2011년 12월부터 신설해 현재 27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현재 총 853명의 PB가 활약하고 있다.

한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온라인 거래가 대중화되면서 증권사 지점이 해야 할 역할이 기존 브로커리지에서 고객자산관리로 변하고 있다"며 "고객의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PB 양성을 통해 고객들의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증권사 입장에서도 PB들의 금융지식을 기반으로 한 컨설팅서비스는 수익성이 더 높을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고객기반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B의 능력에 증권사의 운명을 건다=PB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사실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의 PB 육성과정은 허술했다. PB를 선발하는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증권사의 리테일 부서 직원들 중 관리하는 고객의 자산 규모가 크거나 영업 실적이 좋은 직원들을 PB로 발령하거나 금융과 관련한 자격증을 몇 개 따면 PB 역할을 맡기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PB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PB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KDB대우증권이다. 대우증권은 4월부터 신입사원 중 일부를 선정해 5개월 과정의 'PB사관학교' 과정을 의무적으로 이수시킨 뒤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PB사관학교에서는 금융지식을 비롯한 경제상황 분석법과 포트폴리오 구성 노하우 등 업무지식은 물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방법까지 교육한다"며 "준비 안 된 PB들과 비교해 시작부터 큰 차이가 나는 만큼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전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영업직원 가운데 영업 실적과 자산관리 규모가 상위권인 170명가량을 VIP PB로 선발해 따로 주식·채권·자산관리 등에 관한 교육을 실시한다. 앞으로 VIP PB 가운데 일부를 '골드PB'로 지정, 해외 연수나 국내 대학과 연계한 연수 프로그램을 지원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전문 PB 육성을 위해 자산관리자(Wealth Manager) 직무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기초부터 숙련까지 다양한 과정이 있으며 세무·부동산·문화 등 종합적 영역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둬야 수료할 수 있다.

◇연봉 많지만, 생존 경쟁도 치열=일반적으로는 PB의 연봉은 일반 직원에 비해 많은 편이지만 철저하게 개인의 성과에 연계되기 때문에 편차도 크다. 한 증권사 PB는 "대부분의 증권사에서 PB의 연봉은 본사 영업직원 가운데 상위 30%선을 형성한다"며 "센터장급 PB는 일반 지점장급 연봉인 1억원 이상의 연봉을 성과급을 통해 받는다"고 설명했다. 스타급 PB의 수익은 연 수억원에 달한다. 관리하는 자산 규모의 분포도 다양하다. 은행의 PB가 대부분 1,000억원 내외의 자산을 관리하는 반면 증권사의 PB는 평균적으로는 400억~600억원 수준의 자산을 관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서울 강남 등 부유층 고객이 많은 지역에서는 평균이 1,000억원대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대 8,0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맡는 PB도 있다. 대우증권의 경우 전체 PB 중 상위 5명을 '그랜드마스터'로 지정하고 3,000억원 이상 자산을 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철저한 성과주의인데다 PB 숫자도 늘어나면서 생존을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PB들은 보통 오전7시 이전에 출근해 밤 사이 글로벌 금융시장 시황과 내외신 기사를 확인하고 투자한 금융상품의 자산과 순익의 증감 여부를 체크한다. 이 모든 게 끝나면 오전9시를 훌쩍 넘긴다. 이후에는 대부분의 시간이 고객 상담 혹은 추천 상품의 포트폴리오 제안서 작성으로 채워진다. 간혹 법인 고객과의 회의도 소화해야 한다. 공부도 게을리할 수 없다. 고객들의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시장 상황과 금융상품에 대해 잘 숙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PB센터마다 대부분 자체적으로 자산운용사의 매니저나 금융전문가들을 초빙해서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으며 개인종합재무설계사(AFPK) 등 자격증을 의무적으로 취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명귀 미래에셋증권 서초남지점 부지점장은 "매일 아침부터 개별적인 상담이 필요한 고객들을 골라서 종일 전화 상담을 하고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기도 한다"며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성공하는 PB, 첫 덕목은 고객과의 신뢰=각 증권사들의 상위권 PB들은 '고객과의 신뢰'가 PB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입을 모은다. 좋은 수익률을 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기본적인 실력을 바탕으로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야만 장기적으로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재연 대우증권 PBClass 갤러리아점 이사는 "신뢰관계를 구축하려면 적어도 3년 이상 자산관리를 유지해야 한다"며 "여러 대에 걸쳐 자산관리를 맡으면서 고객의 자식·손주까지도 고객층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김재동 한국투자증권 영등포PB센터장은 "자산 규모에 상관없이 어떤 고객이라도 요청이 있을 때는 밤을 새워서라도 포트폴리오 투자 제안서를 만들고 일대일 프레젠테이션도 해준다"며 "고객에게 'PB가 제안하는 대로 투자하면 된다'는 신뢰감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서 부지점장은 고객과의 신뢰를 강조하면서도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자산의 비중을 적절히 균형조정하면서 고객의 자산에 대한 손실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통해 고객의 수익률을 유지해주면 신뢰는 따라오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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