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시작되는 투자일임회사와 부동산신탁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위한 기관투자가 수요예측 참여를 앞두고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IPO 수요예측 참여자들이 늘어나면 그만큼 자금공급이 증가해 적정 공모가 산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증권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기관들이 참여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가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투자가의 범주를 넓혀 투자일임회사와 부동산신탁사도 오는 8월1일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기업의 IPO에 참여할 수 있다.
수요예측은 IPO를 하는 기업과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공모가격을 산정하기 위해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매입 희망가격과 물량 등 수요상황을 파악하는 과정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기관 전문투자자라면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지만 협회는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은행·보험사·증권사·자산운용사·연기금 등 일부 금융기관에만 수요예측 참여를 허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투자일임회사나 부동산신탁사들도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임에도 불구하고 수요예측에서 제외되는 것이 자격의 일관성과 다른 금융기관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말 제일모직 상장을 앞두고 협회가 일임기관의 수요예측 참여 자제를 주문하자 논란이 일었고 협회는 결국 이를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수요예측 참여자들이 늘어나면 기업 가치에 대해 다양한 평가 잣대를 들이댈 수 있기 때문에 공모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한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문제가 됐던 형평성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참여자가 늘어나는 것은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공모가 산정에서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공모가 산정이 유리해지면 상장을 더욱 촉진시키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기관의 참여로 공모가 산정에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비상장기업의 주가산정에 문외한인 기관들이 참여할 경우 오히려 공모가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부동산펀드 운용사들이 공모주의 적정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공모가격 예상은 대충하고 공모주 물량만 얻어가려는 무책임한 기관 때문에 오히려 공모가격의 왜곡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협회는 별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도연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기획부 부장은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은행도 기존부터 수요예측에 참여해왔다"며 "기관투자가의 분석능력 자체를 문제 삼아야지 업종에 따라 전문성을 구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다만 IPO 수요예측의 문이 넓어지면 공모주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데는 모두가 공통된 의견을 갖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수요예측 때 기업분석을 통해 희망가격을 제시하고 일반적으로 전체 공모물량의 60%를 배정 받는다. 하지만 수요예측 참여자들이 늘면 늘수록 배정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 때문에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 판매를 일시 중단하는 운용사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동양·KTB자산운용이 최근 공모주 펀드의 판매를 잠정 중단했고 하이자산운용도 24일부터 일부 공모주 펀드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협회는 투자일임계약 체결일로부터 3개월이 경과하고 수요예측 참여일 전 3개월간 일평균 평가액이 5억원 이상인 기관투자가는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중국 증시의 IPO가 중단되면서 공모주 물량이 줄어든 상황이어서 앞으로 공모주를 배정 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