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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칼날 위를 걷는 투자자' 프랍트레이더를 아시나요

동물적인 투자 감각 절대수익 절대고수

증권업계 줄줄이 적자에도 파생상품 등 자기매매 통해 해마다 4조 이상 벌어들여

수익의 최대 50%인센티브 오직 수익률로만 능력 평가

주변 눈치 안봐 괴짜도 넘쳐


"시장이 좋지 않아 수익을 못 냈다는 것은 아마추어죠. 장이 나빠도 수익을 낼 방법은 많습니다. 프랍트레이딩은 절대수익을 추구합니다." (H증권사 전략운용파트 K과장)

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증권사들의 실적이 날로 악화하고 있다. 여기에다 증권사 간 제살 깎아먹기식 수수료 경쟁으로 상당수 지점은 손익분기점조차 넘기기 힘들다. 지난해 62개 증권사 중 영업이익을 낸 곳은 34곳. 절반 가까이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 증권업계의 현주소다. 그럼에도 증권사에는 꾸준히 수익을 내는 부서가 있다. 바로 자기자본으로 투자에 나서는 프랍트레이딩 부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와 국내에 들어온 외국계 증권사들은 자기매매로 매년 4조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고유자금을 운용하는 프랍트레이더가 여의도의 진정한 고수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프랍트레이딩은 통상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부문, 일반적 주식투자 같은 방향성 매매, 알고리즘에 따라 투자하는 시스템 매매, 채권투자, 부동산이나 인프라 등의 대체투자 등으로 나뉜다. 증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세일즈&트레이딩, 전략, 멀티스트래티지 등이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는 부서다. 보통 중소형 증권사는 파생상품 투자에 주력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이엠투자증권이 지난해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23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전체 영업이익 167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보통 자기매매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에는 많게는 50여명에 이르는 프랍트레이더들이 있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파생 트레이더다. 이들은 옵션의 시간가치가 감소하는 것을 이용하는 옵션매도 플레이와 반대로 시장의 변동성을 포착하고 방향성에 투자하는 트렌드팔로잉 전략을 주로 구사한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파생상품투자 비중이 높은 것은 비용이 싸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경우 선물·옵션 거래시 사후 증거금 제도가 적용된다. 장중 거래에는 증거금이 따로 필요 없고 장 마감 후 포지션 규모에 따라 증거금을 마련하면 된다. 따라서 장중에는 활발히 거래하고 장 마감 직전 파생상품을 보유하지 않았으면 증거금 부담은 없다. 하루 단위로 청산하는 경우 사실상 금융비용은 없다.

증권사의 비용부담이 작은 만큼 파생 트레이더들의 인센티브율이 높다. 보통 중소형 증권사의 파생 트레이더들은 수익의 40%에서 많게는 절반을 자기 몫으로 챙긴다. 연간 30억원을 벌면 15억원을 손에 쥘 수 있는 셈이다.

장중 수익을 확정해야 한다는 특성상 파생 트레이더에게 점심시간은 사치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때는 화장실도 가기 어렵다. 오전9시부터 오후3시까지 눈은 모니터, 손은 마우스에 둔다. 수익을 내려는 목적도 있지만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는 파생상품의 특성상 자칫 잘못했다가는 1분 사이에 감당할 수 없는 손실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신 퇴근시간은 오후4시를 넘지 않는다.

파생상품 거래에 특화된 소형 증권사의 경우 보통 3~4개 팀으로 자기매매 부서를 구성한다. 팀 아래는 3~4명씩 묶인 소팀이 있다. 소팀은 서로의 수익을 공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로스컷 역시 소팀 단위로 적용된다. 이는 증권사의 전략이다. 자칫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소팀원들끼리 서로 통상적인 위험도를 넘은 거래를 견제하라는 것이다.

한 소형 증권사의 파생 트레이더는 "몇 초 사이에 수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모니터를 보면 빨리 포지션을 정리해 추가 손실을 막아야 함에도 순간적으로 손이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 경우 같은 팀원 중 하나가 강제로 '스톱' 스위치를 눌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자기매매 부문이 보다 세분돼 있다. 파생상품 거래 비중이 낮고 주식의 방향성 매매, 대체투자, 프로그램 매매, 유상증자, 블록딜 등 규모도 크고 투자기간도 길게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한 대형 증권사의 에쿼티트레이딩본부장은 "파생 트레이더는 프랍 선수들 사이에서 일명 '똑딱이'로 불린다"면서 "그들은 특정한 전략으로 꾸준히 밀어붙이기보다 동물적 감각을 총동원해 분초를 다퉈 마우스를 두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정한 프랍트레이딩을 하려면 데이트레이딩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면서 "대형사들의 경우 시장규모가 날로 줄어들고 있는 파생 부문을 축소하는 대신 대체투자나 프로그램 매매 등 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중소형 증권사의 파생 트레이더들과 비교해 대형 증권사의 프랍트레이더들은 인센티브율이 낮다. 시니어급 트레이더의 경우 회사가 통상 7억원 내외의 손익분기점(BEP)을 부여한다. BEP를 넘긴 수익 중 일부를 인센티브로 가져가는데 자기 몫은 작게는 3%, 많게는 10%다. 물론 1억원이 넘는 고정연봉은 별도로 받는다. 연간 50억원의 수익을 창출하면 5억원가량 벌어가는 셈이다.

대형 증권사의 프랍트레이더는 파생 위주의 중소형사와 달리 내부 제약요인이 있다. 바로 자기 회사의 리서치센터다. 금융감독원 규정상 리서치센터에서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할 경우 프랍트레이더는 해당 종목을 24시간 동안 내다 팔 수 없다. 리서치센터장이나 투자전략팀장의 공식적인 코멘트가 나올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대형사일수록 주식 비중이 높은데다 리서치센터에서 쏟아지는 보고서도 많아 상충하는 사례가 잦을 수밖에 없다.

한 대형 증권사의 주식운용팀 차장은 "리서치센터는 기간을 장기로 보고 주가가 단기적으로 크게 올라도 추가 여력이 있는지로 접근한다"면서 "반면 프랍트레이더는 주가 변동성도 고려해 차익실현에 나서야 하는데 보고서 때문에 매도 타이밍을 놓칠 때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프랍트레이더는 증권업계에서 인정하는 주식고수다. 오로지 수익률로만 평가를 받는다는 특성이 있어 주변 사람의 눈치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만큼 괴짜가 많다. 중소형사 파생 트레이더들은 복장부터 자유롭다. 정장 일색인 여의도 일대에서 청바지나 면바지 차림으로 오가는 사람 중 일부는 프랍트레이더다. 직급도 무의미하다. 대부분의 트레이더는 차장 직함을 달고 있다. 한 중소형 증권사 트레이더는 "자기매매 인력 대부분이 차장이고 나이가 너무 어린 경우 과장 명함을 준다"면서 "회사 내 위치보다는 수익에 더 신경을 쓰다 보니 직급에 연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프랍트레이더 스스로 '하루하루 칼날을 걷는 직업'이라고 말할 정도로 스트레스도 크다. 한 증권사 파생 트레이더는 책상서랍에 포장도 뜯지 않은 키보드가 쌓여 있다. 로스컷에 걸릴 때마다 사용하던 키보드를 때려 부수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 교체용 키보드를 미리 준비해놓은 것이다. 또 다른 증권사의 파생 트레이더는 투자할 마음이 생기지 않을 때는 거래 자체를 접고 만화방을 찾는다. 하루 종일 만화를 보면 항상 다음 날 수익률이 좋았다. 외부에서 볼 때 프랍트레이더들의 행동은 기행에 가깝지만 그들은 이를 자기만의 '의식'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한 트레이더는 "투자라는 것은 계량적인 부분도 있지만 이를 넘어서는 동물적 감각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돈을 까먹은 날 깨끗이 털어버리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 자기만의 특정한 행위를 하는 것이 트레이더 사이에서는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특별한 이유는 돈을 많이 벌고 특이한 행동을 해서만은 아니다. 웬만해서는 그들만의 리그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프랍트레이더라는 직업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설사 안다고 해도 쉽게 받아주지 않는다. 프랍트레이더 대부분은 경력직이다. 지점 객장이나 펀드운용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물론 공채로 오는 경우도 극소수지만 없지는 않다.

한 대형 증권사 세일즈&트레이딩본부에 공채로 입사한 한 트레이더는 KAIST에서 금융공학을 전공하며 이미 시스템 매매를 위한 알고리즘 정도는 짤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 다른 증권사의 공채 출신 프랍트레이더는 이색적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주식투자동아리 SMIC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면서 업계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내공을 키웠다.

그들 스스로는 '선수'라고 하지만 이는 현재 시점, 증권사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얘기다. 실력을 인정받아 몸값을 키우는 게 이들의 목적은 아니다. 직접투자를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면 미련없이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트레이더 세계에서는 통상 30억원가량 벌면 회사를 나가 직접투자에 나서는 게 관례다.

한 대형 증권사 트레이더는 "현재 증권사 명함을 가진 트레이더는 어찌 보면 2류 선수인 셈"이라며 "진짜 선수들은 투자자문사를 차리거나 직접투자를 위해 회사를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소위 증권업계에서 말하는 슈퍼개미 대부분이 프랍트레이더 출신"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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