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나은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하반기 실적개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올들어 곤두박질을 쳤던 삼성전자 실적이 2분기를 바닥으로 강한 반등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중동발 고유가의 악재로 인해 58만원대로 뒷걸음질 친 주가도 앞으로 시장 리스크가 걷히면 상승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정학적인 리스크만 추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지금이 삼성전자 주식매수의 적기가 될 것이라는 조언도 제기되고 있다. ◇2분기 ‘바닥’ 확신 굳어졌다=삼성전자는 지난 2ㆍ4분기중 전년동기대비 4% 늘어난 14조1,100억원의 매출액과 14% 하락한 1조4,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14일 밝혔다. 상반기 내내 이어진 유가ㆍ원화가치ㆍ원자재가격의 ‘신3고(高)’ 현상과 주요 제품가격 하락으로 인해 영업이익은 3년 만에 처음으로 1조5,000억원 아래로 추락했고, 순이익도 작년에 비하면 11%나 줄어든 1조5,100억원에 그쳤다. 부문별로는 반도체사업의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2.1% 감소한 9,800억원, LCD부문은 30.6% 감소한 750억원, 정보통신부문은 12.8% 하락한 4,050억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는 대외환경 악화를 감안해 시장에서 예상했던 수준에 비하면 훨씬 양호한 성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온갖 악재요인을 감안해 당초 1조4,000억원 선으로 내다봤던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2,800억원까지 꾸준히 하향조정해 왔다. 민후식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상보다 높게 나온 영업이익도 주목할 만하지만, 반도체와 LCD 등 주요제품 가격이 모두 하락한 와중에 매출액이 늘어난 점도 눈에 띄는 요인”이라며 하반기 이후의 제품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급호전을 예상했다. ◇3분기 이후 ‘V자형’ 회복도 기대= 양호한 2분기 실적 못지않게 삼성전자의 하반기 사업전망은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줬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이후 PC시장의 견조한 성장으로 D램 공급부족이 예상되고, 낸드플래시도 신제품 출시로 본격적인 수요 증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TFT-LCD사업에서도 계절적 수요증가와 경쟁업체들의 생산 축소에 힘입어 판가 안정이 예상된다며, 3분기 대형 패널 판매는 2분기대비 11% 늘어난 1,440만대를 예상했다. 정보통신 부문 역시 성수기와 맞물린 3G, 메가 카메라폰 수요 증대, 신규서비스 활성화로 성장을 기대했다. 증권사들도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2분기보다 상당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실적발표에 앞서 증권사들이 내다본 3분기 영업이익은 1조8,700억원대. 예상을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반영해 상향조정될 가능성도 높다. 전문가들은 1분기 1조6,100억에서 지난 분기 1조4,200억, 3분기 1조8,000억원 이상으로 이익이 증감하면 사실상 ‘V자형’ 회복세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심리 불안한 지금이 매수 기회= 기대를 웃돈 실적발표도 이날 증시를 강타한 고유가의 파고를 넘지는 못했다. 이날 시장 컨센서스를 2,000억원이나 웃도는 이익 발표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팔자’ 주문을 멈추지 않아,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만6,000원(2.67%) 하락한 58만4,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장 주변여건이 장세를 장악하고 있어, 실적 요인만으로 ‘나홀로’ 상승세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던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중동 리스크가 가라앉으면 펀더멘털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보고, 약세장인 지금 저가 매수를 고려해 볼 것을 제안했다. 민후식 애널리스트는 “불안한 시장환경이 당분간 삼성전자 주가를 제어할 가능성이 높지만, 기업 펀더멘털상 주가는 충분한 반등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며 “지금의 조정장은 저가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실적발표 내용만으로 주가가 강하게 반등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장열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동기(2조1,300억원) 수준까지 회복되지 못한다면 하반기 실적 개선도 충분한 주가상승 요인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55만~62만원의 박스권을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8세대 라인 투자
LCD시장 주도권 장악 포석, 2분기 LCD부문 750억 흑자··· "PDP와 가격 경쟁력 자신"
삼성전자의 8세대 투자 결정은 50인치 이상 대형 LCD시장에서도 확고한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경쟁사들이 최근 앞 다퉈 감산에 나서고 있는 시점에서 선도 투자를 통해 확실한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적 포석도 깔려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보르도 TV 등 히트상품이 쏟아져나오는데다 소니라는 든든한 매출처까지 확보해놓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 영업이익 적자가 예상됐던 삼성전자 LCD 총괄은 2ㆍ4분기에만 700억원의 흑자를 일궈냈다. 이번 투자 선언으로 LCD 진영과 PDP 진영의 글로벌시장 쟁탈전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LCD진영은 그동안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약점을 갖고 있었지만 고화질과 시장규모 팽창에 힘입어 이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다. 더욱이 일본의 샤프가 8월부터 8세대에서 월 1만5,000장씩 양산에 들어가는 데 이어 삼성전자도 내년 가을부터 제품을 내놓기 시작하면 2008년께 대형LCD 가격이 PDP와 엇비슷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주우식 삼성전자 전무는 "40인치대가 1인치당 50달러까지 떨어지며 가격경쟁력을 갖춘 만큼 50인치대도 시장이 커지면 가격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1, 2위를 달리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엇갈리는 시장전략도 관심거리다. 이번에 8세대 투자를 강행한 삼성전자와 달리 LG필립스LCD는 8세대 투자를 늦추고 5.5세대 투자로 방향을 틀었다. 공격 투자와 실속 챙기기로 궤도를 수정한 양대 LCD 거인이 내년 말 어떤 성적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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