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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광양항 배후단지는 지난 11월 말 축배를 들었다. 독일기업 엔터브르크가 광양항 배후단지에 사상 최대 규모인 1,170만(약 131억원)달러를 투자한 고급 강관 생산시설이 준공됐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 신항 항만 배후단지도 올해 개장 10년 만에 외국인 투자규모가 1,100억원을 돌파하는 등 물류 이용이 편리한 국내 항만 배후지역으로 외국인 투자금이 유입되는 중이다. 항만 배후단지는 정부가 항만법에 따라 항만 구역 내에 다양한 산업시설이 들어올 수 있게 한 공간이다. 항만을 끼고 제품 수출·수입이 쉬워 네덜란드와 대만 등 물류 선진 국가는 외국인 투자기업을 유치해 전략적인 무역 요충지로 활용하고 있다.
21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외국기업들이 국내 항만 배후단지에 투자 의사를 밝힌 규모는 올해 9월 말 기준 1,232억원이었지만 실제 투자가 이뤄진 금액은 이보다 많은 1,319억원에 이른다. 국내외 기업들이 투자해 항만 배후단지에서 창출한 일자리만 5,866개에 달할 만큼 고용 효과도 높다.
국내에도 부산항과 광양항 등 물류 거점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지만 앞으로 더 커질 항만 배후단지 규모를 볼 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제2차 항만 배후단지 개발 종합계획에 따라 올해까지 공급한 679만m2 부지에 더해 내년부터 2020년까지 823만m2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물류업체 중심으로 구성된 국내 항만 배후단지에 제품을 조립·가공할 수 있는 제조업체의 투자도 유치해 고부가가치 창출과 고용을 동시가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앞으로 더 커질 항만 배후단지를 물류·제조가 결합한 고부가가치 단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의 제도로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국내 민간기업의 투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해수부도 외국인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항만 배후지대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임대료 체계를 손보기로 했다. 현재 자유무역지대인 부산신항과 광양항·평택당진항은 외국계 물류기업이 들어올 때만 기본임대료보다 최대 절반 이상 저렴한 우대 임대료를 적용해주고 있다. 반면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은 물류기업보다 비싼 임대료를 내야 하는 셈이다. 해수부는 물류와 제조기업이 같은 임대료를 내는 방식으로 체계를 개편할 방침이다. 1종 항만 배후단지에 대한 관리지침을 개정한다. 입주기업 선정 평가 때 투자 이행실적이 떨어지는 외국계 기업에 일괄적으로 감점을 적용하던 방식에서 투자 초기 가점(외국인 지분 50% 이상)을 받은 기업만 감점을 적용하기로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항만 배후단지를 단순 물류기지에서 조립과 가공 등이 결합된 복합 단지로 육성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게 투자 허들(장애물)들을 제거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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