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낼 돈 없다더니… 해외로 수십억씩 송금

경기, 지방세 체납자 해외계좌 조사

96명 3,856만弗 외화거래 적발

계좌·동산 압류에 형사고발 방침

안산에 있는 한 법인은 세금을 체납하고도 미국과 홍콩의 폐업법인에 130만달러를 송금했다. 또 경기도 광주에서 세금을 체납한 한 법인은 인도 해외은행 서울지점 등을 통해 역시 폐업 법인 명의로 무려 16차례에 걸쳐 145만달러를 보냈다. 용인시에서 사는 이모씨는 8,000만원의 세금을 체납하고도 폐업법인을 이용해 중국계 은행으로 9만달러를, 1,300만원을 체납한 박모씨도 해외주식거래용 외화계좌에 12만달러를 각각 송금했다.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으면서도 해외로 돈을 빼돌린 개인과 법인 체납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지난 8월부터 4개월 동안 도내 1,000만원 이상 지방세체납자 4만302명을 대상으로 국내 주요 10개 외화거래 은행의 거래내역을 조사한 결과 96명 3,856만달러의 외화거래내역 실태를 적발해 이들 계좌를 압류조치 했다고 21일 밝혔다. 도는 이들 은행의 송금내역을 대상으로 외환송금액 규모를 파악하고, 수취인이 제3자일 경우 체납자와의 관계를 조사하는 등 고의적인 세금탈루 개연성을 조사했다.

경기도는 96명 가운데 폐업법인을 이용해 고액의 외화거래를 한 범칙사건(세금면탈, 재산은닉 등 고의로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 의심자 11명에 대해 혐의 입증 시 형사고발 할 방침이다. 이밖에 수백만 달러 이상 외화 거래를 한 체납법인 14개에 대해서는 수색 및 동산압류를, 1만달러 이상 외화 거래내역이 있는 납세태만자 71명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현장징수활동과 재산조회 등 법률이 허용하는 모든 조치를 해 세금을 내도록 할 예정이다.



도는 지난 8월 도내 31개 시·군에서 1,000만원 이상 세금체납자 4만302명의 명단을 받아 10개 시중 은행에 이들 체납자의 해외송금 내역 조회를 의뢰한 바 있다. 이들의 체납액은 모두 2조3,541억원으로 개인 2만8,503명 1조1,356억원, 법인 1만1,799개 1조2,185억원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수십 차례의 납부독려에도 돈이 없어 내지 못한다는 체납자들이 이번 조사를 통해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수십억원까지 외화를 거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능적인 악성체납자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조세정의를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윤종열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