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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범죄에 맞서는 전문검사] '식중독균 웨하스' 수사… 품질검사 개선 끌어내

<5·끝> 유동호 대구지검 검사-식품안전

대장균군 시리얼 사건 등 맡아 식품안전 블루벨트 선정되기도

"불량식품 수사 강화뿐 아니라 먹거리 정확한 정보전달 노력"

법조면- 유동호 대구지검 검사


지난해 10월 발생한 '식중독균 유기농 웨하스' 사건은 국민들을 분노에 빠뜨렸다. 굴지의 대기업이 범행을 저지른데다 문제의 과자를 주로 어린이들이 먹는다는 점 때문에 충격이 컸다.

당시 사건은 한 검사의 예사롭지 않은 '감(感)'에서 비롯됐다. 유동호(46·사법연수원 31기·사진)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는 지난해 9월 23일 식품위생검사기관을 수사하던 중 우연히 유기농 웨하스에서 1g당 무려 280만마리의 세균이 검출됐다는 검사 결과를 발견했다. 그는 '설마 부적합 결과가 나온 제품을 팔지는 않았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세균 양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수상하게 여겨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사를 의뢰했다.

조사 결과 우려는 사실로 드러났다. 식중독균이 검출된 과자가 시중에 유통됐던 것이다. 유 검사는 지체 없이 크라운제과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신속한 수사 덕에 회사가 5년간 '황색포도상구균' 검출 사실을 숨기고 100만개의 불량식품을 판매한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3대 식중독균 가운데 하나로 식중독뿐만 아니라 피부 고름, 중이염, 방광염 등을 일으킨다. 당시 검찰은 회사 담당자의 혐의도 철저히 수사해 임직원 8명을 재판에 넘겼다.

유 검사는 "수사도 수사지만 범행의 배경에 '자가품질검사제도'의 허점이 있음을 밝혀내고 이후 제도 개선까지 이어진 것에 긍지를 느낀다"며 전했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식품 제조회사는 자체 검사에서 기준치 이상의 유해 세균이 검출되면 이를 식약처에 즉시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크라운제과는 자가품질검사에서 식중독균이 나왔음에도 보고하지 않았고 수차례 재검사를 실시해 적합한 결과만 식약처에 제출했다. 문제는 부적합 결과를 숨겨도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이었다. 검찰은 제도의 허점을 개선하도록 건의했고 식약처는 지난 7월 '식품·의약품분야 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을 고쳐 처벌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앞으로 자가품질검사 부적합결과를 보고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유 검사는 "처벌 규정 신설도 큰 의미가 있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제도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식품품질검사에는 자가품질검사뿐 아니라 참고용 검사와 거래회사 제출용 검사, 기타 목적 검사 등도 있다. 이 가운데 식약처에 제출 의무가 있는 건 자가품질검사뿐이다. 때문에 일부 식품업체는 자가품질검사에서 부적합이 나와도 이를 숨긴 뒤 나중에 보건당국이 문제를 제기하면 "해당 검사는 자가검사가 아니라 기타, 참고 등 다른 목적의 검사였다"고 주장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 유 검사는 "이런 꼼수를 막으려면 식품의 기준, 규격에 대한 검사면 목적에 관계없이 보건당국에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식을 둔 아버지의 심정으로 식품안전 강화에 기여하고 싶어서 식품전문 검사를 자청했다는 유 검사는 현재 식품안전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자랑한다. 그는 식중독균 웨하스 사건 외에도 2013년 친환경 인증기관의 허위 인증서 발급 사건, 같은 해 동원F&B 불량축산물 제조 사건, 올해 동서식품의 대장균군 시리얼 사건 등을 수사했다. 웬만한 주요 식품 사건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 검사는 이러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지난 2013년 국내 최초로 식품안전 분야 공인전문검사(블루벨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해부터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자기계발만큼이나 자신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후배 검사들에게 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시간을 쪼개 법무연수원 강의 등에도 나가고 있다. 유 검사는 "식품 사건을 수사하던 후배 검사들의 의문 사항을 상담해준 사건만 30건이 넘는다"며 웃음을 지었다.

최근 유 검사는 불량식품 수사 강화를 넘어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즉 식품안전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그는 "2004년 '쓰레기 만두 사건', 2010년 '낙지머리 카드뮴 파동', 올해 10월 '가공육·적색육 발암물질 파문' 등은 초기에 과장된 정보가 전해져 필요 이상으로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라며 "먹거리에 관한 정보는 모든 국민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서민준기자

morando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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