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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내홍으로 지도력이 붕괴된 야당에 대해 여당의 불만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협상하려 해도 협상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지 못하고 어렵사리 협상해도 야당 내에서 다시 뒤집히는 상황이 수차례 반복되면서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에 22일 여야 원내대표 및 상임위원회 간사들을 불러 쟁점법안 협상을 중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상임위 논의 먼저"를 이유로 불참을 선언하면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반쪽 회의'로 싱겁게 끝났다. 이 원내대표는 여당에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정책위의장 등 정책 단위 당직자들을 중심으로 한 회의체를 만들어 협상에 나서자고 다시 제안했다.
또 이날 오후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이목희 새정연 정책위의장이 만났지만 야당은 지금까지 제시한 적이 없던 '여야 법안 동수 연계' 주장을 펼치면서 여당을 곤혹스럽게 했다. 여당이 주장하는 쟁점법안(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기업활력제고특별법·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노동개혁5법)에 야당의 쟁점법안을 동수로 매칭해 함께 처리하자는 것이다. 야당은 최저임금법 개정안, 탄소산업육성지원법, 사회보장기본법, 기초연금법 등 기존 요구 법안에다 새로 연계할 법안을 추가로 찾겠다고 밝혔다.
야당이 갑자기 새로운 제안을 들고 나오면서 협상은 더욱 복잡해졌다. 전날 문재인 새정연 대표가 쟁점법안에 대해 협상 가능성을 밝히면서 여당 내 기대감이 커졌던 상황도 하루 만에 뒤집어졌다. 여야 합의로 지난 21일부터 가동하기로 했던 쟁점법안 상임위들도 아직까지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공전이 거듭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도대체 야당의 진짜 협상 상대가 누구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협상 상대 찾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 정책위의장 취임 후 이 같은 고충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이날 이 의장이 제안한 내용 또한 이 원내대표와 사전에 상의된 것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불만과 반대로 새정연 정책위 관계자는 "'주고받기' 식 타결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면서 오히려 협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원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요구사항을 들어주면 또 다른 요구사항을 들고 오면서 국회를 마비로 몰아가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야당의 협상 채널이 망가져 국회의 임무를 제대로 할 수 없는 비상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당내에서는 정 의장이 일반법에 대해서는 '직권상정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음에도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잡는 게 최선"이라며 "어떤 형식이건 민생법안과 경제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면 저희는 뭐든지 다 하겠다. 제발 회의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야당에 읍소하기도 했다. /진동영·박형윤기자 j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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