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뉴스] 한국엔 왜 디즈니랜드가 없는 거죠?
입력2015-12-24 08:00:09
수정
2015.12.24 08:00:09
정가람 기자
질문 1. 어릴 적 함께 뛰놀던 친구들과 소풍 갈 생각에 밤잠을 설치게 했던 그곳은?
질문 2. 특별한 날 온 가족이 손잡고 나들이 가서 추억을 만들었던 그곳은?
정답은 바로 테마파크, 한국 사람들에게 더 친숙한 이름으로 ‘놀이공원’입니다.
놀거리, 즐길거리가 계속 늘어난다지만 테마파크는 여전히 추억의 장소와 가장 가고 싶은 곳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짜릿한 놀이기구에 몸을 맡기고, 맛난 먹거리와 흥겨운 이벤트와 함께라면 하루가 짧은 테마파크, 어디까지 가보셨나요?
한 육아 프로그램을 통해 큰 인기를 모은 사랑이가 유치원 단짝 친구와 데이트를 즐겼던 장소 기억하시나요? 바로 일본 도쿄에 위치한 디즈니랜드입니다. 1983년에 만들어진 이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원조’ 디즈니랜드의 복사판으로 한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입니다.
아시아에는 일본과 홍콩에 디즈니랜드가 있습니다. 테마파크 업계에서 디즈니랜드와 쌍벽을 이루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일본과 싱가포르에 진출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 대륙에 글로벌 테마파크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습니다. 상하이에선 세계 6번째 디즈니랜드가 내년 봄 개장을 앞두고 있고, 2019년엔 베이징에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대륙에 불고 있는 테마파크 붐은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진 영향이 큽니다. 여가와 소비를 즐기려는 중산층 인구가 늘면서 새로운 여가 공간으로 테마파크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경제·사회적 기여효과를 꾀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기대되는 경제효과도 상당합니다. 총 면적 20㎢, 투자액 6조3,000억원에 달하는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내년에 문을 열자마자 첫해 방문객이 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상하이 관광당국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에 아시아 최대 규모로 9조2,000억원을 들여 건설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총 10만명의 일자리창출 효과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막대한 해외투자도 유치하고 나라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는 글로벌 테마파크가 왜 한국에는 없는 걸까.
우리도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외자유치형 테마파크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습니다. 구체적이고 치밀한 사업성 검토 없이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말뿐인’ 선거공약에 그친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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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 유치에 소극적인 정부의 자세도 문젭니다. 일관되지 못한 규제와 정책, 법적·제도적 여건 미비, 투자 프로세스 및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등은 투자처로서 한국의 단점을 묻는 질문에 해외 투자자들의 답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실제로 디즈니랜드는 한국 진출을 오랜 시간 고민하다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안을 제시한 중국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해리포터 마법세계’ 테마파크 유치에 성공한 일본의 적극성은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인프라 시설 지원을 위해 대규모 공업지역을 낮은 금리로 임대해 줬고, 자본금의 4분의 1에 이르는 1,000억원을 정부가 직접 출자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을 놓고 저울질하는 테마파크를 유치하려면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대적이다’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런 목소리에 정부가 응답했습니다. 경기도 화성에 전 세계에서 5번째로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2007년 토지 매매가격 이견으로 무산된 후 정부가 지난해부터 관련법을 개정해 사업자 선정 기준을 완화하는 지원책을 편 결과입니다. 약 5조원이 들어가는 이번 사업은 해당 토지를 보유한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직접 참여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2020년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면 연간 약 4만8,000명의 고용과 6조원의 경제효과가 기대됩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와 더불어 한국형 테마파크의 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국내 캐릭터 산업의 성장과 함께 한국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경쟁력도 커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수익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움직임 속에 지난 4월 서울랜드는 라바와 브루미즈, 캐니멀 등 국산 애니메이션 캐릭터 20여종을 주제로 테마파크를 구성했습니다. 많은 방문객이 몰리면서 한국판 유니버설 스튜디오라는 호평을 받았는데요.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처럼 캐릭터를 통해 게임, 음반, 출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전략으로 한국형 테마파크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페이스북이 발간한 ‘2015 한해 돌아보기’ 한국어판에 따르면 한국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체크인(Check in)’한 곳은 바로 에버랜드와 롯데월드였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체크인 수를 기록한 곳은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1위와 2위를 차지했습니다.
‘팍팍한 일상을 떠나 꿈과 희망 그리고 사랑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지구촌 사람들의 테마파크 사랑은 새해에도 또 그 다음해에도 계속 될텐데요. 우리나라에도 유니버설 스튜디오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테마파크와 한국형 테마파크가 생겨서 많은 사람들과 추억을 함께 만들어가길 기대해봅니다. /정가람 인턴기자 garam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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