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A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부 이주희(가명)씨는 아래 위층에 사는 친한 이웃들과 함께 A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진행한 한 수입 화장품의 뷰티클래스를 수강했다. 통상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마련하는 기존 클래스가 육아나 생활 정보 등에 국한돼 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씨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요가원에서 이 화장품 브랜드가 따로 준비한 요가 수업을 받았고 얼굴에 비해 관리가 소홀하기 쉬운 몸에 바디로션과 오일, 크림을 활용한 마사지법도 배웠다. 10년 넘게 한 브랜드만 고집해 온 이씨는 이 행사에서 선물로 받은 협찬사의 제품을 체험한 후 이 브랜드로 갈아타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얻은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만들어진 21세기형 부녀회인 '커뮤니티(아파트 단지 내 입주민 모임)'가 기업들의 새로운 마케팅 무대로 떠올랐다.
21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 불황으로 고전하고 있는 SK-II, 비오템 등 수입 브랜드들이 서울 강남 지역과 경기도 분당 등 중산층 가구가 몰려 있는 지역의 아파트 커뮤니티를 공략해 경제력을 가진 충성 고객을 직접 찾아나서는 한편 이들을 통해 보다 파워풀한 바이럴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전달하는 '일방향' 정보에 질린 소비자들이 이제 기업이 돈을 주고 산 '협찬글'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면서 "확실한 타깃층을 직접 찾아 브랜드를 알림으로써 실제 소비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SK-Ⅱ나 비오템, 일리 등 화장품 브랜드들은 30~40대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은 월간지와 손잡고 특정 지역 아파트 커뮤니티 회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신제품을 체험하거나 화장품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뷰티클래스는 기본 프로그램이고 아파트 입주민과 제품 특성에 맞춰 요가나 입주민들의 요구가 반영된 다른 활동을 추가하기도 한다.
소비자 체험에 초점을 맞춘 이 '커뮤니티 마케팅'은 포털사이트 카페나 블로그, 페이스북을 무대로 진행하는 이벤트보다 규모는 작지만 소수의 소비자들에게 심도 있게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분별한 정보가 넘쳐나는 온라인에 지친 일부 소비자들이 얼굴을 마주하고 브랜드를 소개하는 오프라인 마케팅으로 최근 회귀하는 추세"라며 "특히 타깃 소비층이라 할 수 있는 중산층 이상의 30~40대 주부와 친밀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커뮤니티 마케팅'이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