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특별기고] 저금리·고환율로 소비.수출 촉진을
입력1999-03-25 00:00:00
수정
1999.03.25 00:00:00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최근들어 우리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산업생산이 지난해 11월 이후 세달 연속 증가했고 각종 경기실사지수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
이에 맞춰 일부 연구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높이는 쪽으로 수정하는 추세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실제로 경기가 크게 나아질 것으로 판단하지는 않고 있다. 왜냐하면 지난해에 대폭 감소했던 재고가 올해는 감소 폭이 줄어들어 경제성장률을 끌어 올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수요는 늘어나지 않은데 재고 감소 폭이 축소되어 생산만 증가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기에 실질적인 경기회복이라 볼 수 없다는 결론이다.
지난해 국민계정상 재고가 국내총생산(GDP)의 7%에 해당하는 약 28조원(95년 불변가격 기준)이나 줄어들었다. 단순히 규모로만 따질 때 70년부터 누적되어온 재고가 작년 한해에 다 소진된 셈이다. 재고가 이처럼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IMF체제 이후 고금리와 고환율로 재고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늘어나고 급격한 내수침체에 대응해 기업들이 생산을 줄였기 때문이다.
재고는 수요 측면에서 GDP를 구성하는 한 요소이다. 따라서 다른 부문이 일정하다면 재고 감소는 그만큼 GDP감소로 나타난다. 지난해 재고가 크게 줄어들어 경제성장률을 5.6%포인트 깎아 내렸다. 98년 GDP가 5.8% 감소했음을 고려하면 재고가 경제성장에 끼친 마이너스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올해는 재고효과가 지난해와는 반대로 나타날 것이다. 이미 재고조정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금년에는 재고의 감소 폭이 작년보다 크게 줄어들거나 재고 자체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수요 증가 없이도 생산이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 올해 수요가 지난해와 같다 하더라도 재고 감소 폭이 줄어든 만큼 생산은 늘어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올해는 수요가 늘어나지 않아도 경제성장률은 플러스가 되어 지표상으로는 우리 경제가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경기가 실제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수요가 늘어나야 하는데 국내외 경제환경은 그렇게 밝지 못하다. 우선 수요 중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가계소비가 실질임금의 감소와 고용불안으로 증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생산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설비투자가 확대될 것 같지 않다. 아직도 대부분의 산업에서 과잉공급상태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생산증가는 공장 가동률을 올리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를 지탱해왔던 수출 수요는 올해 대폭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97년 7월 이후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국제금융위기는 지난해 8월에는 러시아로, 올 1월에는 브라질로 확산됐다. EU의 경제성장도 둔화되는 추세다.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도 주식시장에서 버블이 꺼질 경우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지난해 우리의 수출을 받아주었던 EU나 미국 경제가 나빠지면 우리 수출은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이 슈퍼 301조를 부활하는 등 높아져가는 무역장벽도 우리 수출환경을 더욱 어둡게 해준다.
수출이 늘어나기 어려운 반면 올해 우리의 수입은 대폭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재고가 상당히 소진된 상태이기 때문에 생산이 늘어날 경우 원자재를 포함한 수입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OPEC의 감산합의로 국제유가도 오를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올해 무역수지는 지난해에 비해 대폭 축소되고 순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로 전환되어 경제성장률을 낮출 것이다.
재고조정에 따른 일시적인 생산 증가를 보고 경기가 회복되는 것으로 판단한다면 정책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려면 수요가 뒷받침 돼야 한다. 우선 소비 등 내수가 살아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빨리 끝내 경제에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제거해주어야 한다. 또한 지속적인 금리의 하향 안정화를 통해 소비와 투자심리를 부추겨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저금리 정책이 바람직스럽다.
올해 수출환경은 지난해보다 더 어둡다. 생산이 늘어나면 수입은 크게 확대될 것이다. 그 경우에는 무역수지 흑자폭이 대폭 줄어들어 외채상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수출을 촉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정책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 중 하나가 환율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 원화가치는 지난해에 41%나 올라 주요 경쟁국 통화에 비해 가장 많이 상승했고 올해 들어와서도 그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작성하는 빅맥지수에 근거할 때도 최근 원화는 약 7% 저평가된 데 그쳐 10%에서 50%까지 저평가된 다른 동남아 통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고평가 되었다.
수요가 살아나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이 뚜렷해질 때까지 저금리와 고환율의 정책결합이 가장 바람직한 거시경제정책일 것이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