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발 경제위기 가능성이 고조되는 와중에 베트남 경제가 예상을 뛰어넘는 강한 성장세를 보이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베트남 경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외국인직접투자(FDI)에 힘입어 올해 5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베트남통계청(GSO)은 이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대비 6.68%를 기록해 정부 목표치(6.2%)와 시장 예상치(6.6%)를 모두 넘어섰다고 밝혔다. 특히 4·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7.01%로 3·4분기의 6.87%보다 높아지면서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경제는 부동산 시장 버블이 꺼지고 부실대출이 전체 대출의 17.5%로 치솟는 등 한때 위기 직전까지 몰렸다. 하지만 정부의 대대적 개혁 노력이 결실을 보며 지난 2012년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베트남의 올해 성장률은 인도네시아(4.8%), 말레이시아(4.7%), 필리핀(5.9%), 싱가포르(2.0%), 태국(2.7%) 등 다른 동남아 주요 국가 전망치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베트남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으로는 젊고 값싼 노동력을 노린 외국인투자 확대가 꼽힌다. 올 들어 15일 현재까지 FDI 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17.4% 증가한 145억달러(약 17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산업생산도 전년 대비 9.8% 증가했다. GSO의 한 고위관계자는 "올해 성장률 호조는 5년간 꾸준한 노력해온 결과 이룬 업적"이라며 "이는 내년뿐 아니라 향후 5년간 고성장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트남 정부는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 경제개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데 이어 20일 한국과도 FTA를 발효시켰다. 베트남은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참여해 전 세계 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거대한 무역블록의 제조업 생산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보찌타인 베트남 경제관리중앙연구소(CIEM) 부소장은 현지 언론에 "무역자유화 협정들이 베트남에 외국 자본을 추가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정부는 내년 6.7%를 비롯해 2016∼2020년에는 연 6.5∼7.0%의 성장률을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경제정책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베트남은 올해 수출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당초 10% 증가를 목표로 했지만 전 세계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베트남 수출 출하량은 1,624억달러를 기록해 8.1% 증가에 그쳤다. 반면 수입은 1,650억달러로 12% 늘어 올해 무역수지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베트남 고학력자의 취업난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일간 탕니엔에 따르면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 조사 결과 올 3·4분기 기준 대졸 실업자 수는 22만5,500명으로 전분기보다 13.3% 증가했다. 7∼8월 졸업철에 대졸자들이 쏟아져 나온 가운데 고학력자의 일자리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즈엉득란 노동보훈사회부 직업훈련과장은 "베트남이 필요 이상의 고학력자를 배출하고 있다"며 고학력 인력의 공급 과잉을 지적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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