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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박근혜 대세론과 거품론

새해벽두의 차기 대권주자 경쟁에서 독주양상을 보이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1952년생 용(龍)띠다. 그런 박 전 대표가 오는 2012년 내년 환갑을 맞는다. 내년은 익히 알려진 대로 제18대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예정돼 있다. 용은 우리나라가 지난 1948년 정부수립부터 대통령의 공식문양으로 봉황을 채택하고 있지만 백성을 다스리는 군왕을 상징하며 최고의 권력과 권위를 나타낸다. 박 전 대표는 대선이 있는 용의 해에 환갑을 맞는 것만으로도 대망(大望)에 부풀어 있을 수 있다. 실제 그는 앞으로 2년이나 남은 시점에 대권행보를 가시화했다. 빠르고 사뿐한 대권 발걸음 대권을 향한 그의 발걸음은 빠르고 가볍다. 그의 대권행보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에 패한 2007년 17대 대선보다 10개월가량 앞당겨졌다. 그는 또 일부 새해 첫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마(魔)의 벽'으로 불리는 30%대를 뛰어넘어 40%를 기록, 여야를 통틀어 각각 한자릿수 지지율에 그치는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떼어놓고 '대세론' 확산에 나섰다. 공격적이면서도 사뿐한 그의 이 같은 대권행보는 조기 대권경쟁 과열을 불러 경쟁자들의 집중공세 표적이 될 수 있다. 그가 대권을 향해 움직일수록 임기 4년차에 접어든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해 역풍을 몰고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박 전 대표는 대세론에 안주하지 않고 모험에 가까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다른 주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공개적인 대권경쟁에 나서기 어렵다고 보고 선수를 쳐 대세를 굳혀놓겠다는 의지인 듯싶다. 그러나 민심은 바다와 같아서 배를 띄워 나아가게 할 수도, 순식간에 거센 파도를 일으켜 배를 침몰시킬 수도 있다. 박 전 대표의 독주체제는 과거의 양상과 다르다는 측근들의 설명과는 반대로 "초반 대세론의 성공사례가 별로 없다"는 역대 대선의 징크스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얘기다. 당에 대한 박 전 대표의 기여는 눈부셨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역풍과 '차떼기당' 오명으로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다. 2006년까지 당을 이끄는 동안 천막생활까지 하며 난파선 한나라당을 구해내는 데 앞장섰다. 그 결과는 불과 3년 뒤 한나라당에 10년만의 재집권이란 영광을 안기는 초석이 됐다. 또 이 대통령과 갈등을 빚기 전까지만 해도 크고 작은 선거 때 '구름군중'을 몰고 다니며 당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 당의 연승기록을 만들어낸 '선거의 여왕'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유권자 국민에게 비쳐진 박 전 대표의 실체는 딱히 두드러진 게 없다. 최근 그의 지지율 고공행진에 거품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자신이 왜 대권경쟁에 뛰어들어 선택돼야 하는지 유권자에 분명하게 설명한 적 없다.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꿔놓겠다는 뚜렷한 비전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民心 등에 업을 비전 내놔야 세종시 수정문제를 놓고 이 대통령과 맞서 끝까지 원칙을 고수한 것 말고 경제ㆍ안보 등 중요 현안에 대해 똑 부러진 입장을 내놓은 기억도 별로 없다. 기자의 질문에 마지못해 자신이 한두 마디 짧게 던지면 계파 측근들이 정리하는 단문정치에 의존해온 게 사실이다. 박 전 대표가 정말 지금의 대세론을 타고 막판 대권을 손에 넣으려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자신이 우세한 당심(黨心)을 얻고도 민심(民心)의 열세로 이 후보에 패배한 일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박 전 대표는 이제 겨우 대권 레이스 2년의 출발선상에 섰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그의 장ㆍ단점이 앞으로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 실체에 대한 국민의 평가에 따라 박 전 대표가 내년 대선에서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용이 될지, 이무기로 전락할지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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