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장수 게임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잇따른 신작 게임의 공세에도 출시 10년이 훌쩍 넘은 장수 게임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게임 업계의 고민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장수 게임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작 게임이 좀처럼 인기를 못하는 반면 오래 전 출시된 게임에 이용자가 몰리는 기현상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게임트릭스의 국내 온라인 게임 순위를 보면 상위 10개 중 4개가 출시 10년이 지난 장수 게임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998년 선보인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스타크래프트'는 출시된 지 15년이 넘었지만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고 2002년 7월 출시된 '워크래프트3(블리자드)'와 2003년 4월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메이플스토리(넥슨)' 역시 10년 넘게 인기를 모으면서 게임 마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포츠게임과 총싸움게임에서도 장수 게임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넥슨의 '서든어택'은 2005년 8월 출시 후 꾸준히 인기 순위를 달리고 있고 축구게임 '피파온라인' 역시 2006년 5월 출시된 이래 후속작을 잇따라 내놓으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 게임은 올 들어 '워페이스(넥슨)', '차구차구(넷마블)' 등의 경쟁작이 출시됐음에도 두터운 고정팬을 확보한 덕분에 지난해보다 오히려 순위가 상승했다. 장수 게임 인기가 계속되면서 올해 출시된 신작 게임은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엑스엘게임즈가 올해 1월 '아키에이지'를 선보인 이래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은 '열혈강호2(엠게임)', '마계촌 온라인(넷마블)', '하운즈(넷마블)', '크리티카(한게임)', 던전스트라이커(한게임)' 등 올 상반기에만 10종이 넘는 신작 온라인 게임을 앞다퉈 쏟아냈다. 하지만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최대 4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들 게임은 출시 초기 상위권에 반짝 인기를 모았다가 상위 10위권에서 밀려났고 지금은 모두 1% 미만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장수 게임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011년 12월 출시된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는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앤소울'과 선두를 다퉜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점유율 40%를 넘나들며 52주 연속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온라인 게임 상위 10위 중 나머지 게임의 점유율을 모두 합해도 리그오브레전드에 못 미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장수 게임의 선전이 이어지는 것은 무엇보다 신작 게임의 경쟁력이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래픽과 콘텐츠를 강화한 후속작을 내놓아도 국내 이용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정부의 잇따른 게임 규제로 게임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데다 모바일 게임의 등장으로 온라인 게임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출시된 신작 게임이 잇따라 '판정패'를 당하면서 일부 게임업체들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이던 게임의 출시를 내년으로 잠정 연기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작 게임에 이미 출시된 게임과 차별화된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장수 게임이 많다는 것은 일단 환영할 일이지만 신작 게임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결국 게임산업 전체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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