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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점유율 지키는게 먼저"… 바닥 모를 유가 하락에도 값 인하 전쟁하는 산유국


공급과잉에 따른 저유가 상황에서도 중동 산유국들은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공급가격 인하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다음달 아시아 지역에 공급하는 경질유의 배럴당 가격을 30센트 낮췄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같은 유종에 대해 이란은 배럴당 35센트, 이라크는 배럴당 50센트 각각 인하했다. 이는 올 초에 국제유가가 50달러 이하로 떨어졌을 때 판매가격을 낮춰 시장점유율을 지키려고 했던 조치와 같은 맥락이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해 6월에 배럴당 110달러에 이르렀던 국제유가가 지난해 11월 7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는데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유가 부양이 필요할 때 활용해온 감축 카드를 포기한 것이었다. 이는 추가 가격 하락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업체를 고사시켜 장기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원유 가격이 50달러 밑으로 하락한 상황에서도 중동 산유국들은 여전히 감산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신 가격 인하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지킬 계획이다. 이란의 한 관계자는 "이란이 하루 100만배럴을 생산해 수출한다 하더라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는 생산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달에 가격 인하 경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OPEC은 이날 월간 보고서에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는 반면 글로벌 원유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수요 불균형이 줄어들 수 있다고 기대했다. 지난 11일 공개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에서도 미국 등 OPEC 비회원국의 산유량이 내년에 하루 5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IEA는 유가에 상관없이 원유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OPEC 전략이 의도한 대로 고비용·저효율의 셰일 업계를 시장에서 밀어내는 효과를 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모건스탠리는 원자재 시장이 긴 겨울을 맞을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달러당 35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의 루치르 샤르마 신흥시장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성장 둔화와 신흥국 통화 약세 탓에 원자재 시장 약세가 몇 년간 이어질지 모른다"며 "원자재의 긴 겨울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1일 골드만삭스는 내년에도 원유 생산 과잉이 계속되면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주저앉을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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