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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와 talk, talk] 이희자 루펜리 사장

남은 음식 어떻게 재활용할까 고민 "주부마인드로 대박시장 개척했어요"


딸에게 “나도 엄마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면 엄마로서 이보다 더 큰 성공이 있을까. 남은 음식물처리기 ‘루펜’을 성공 시킨 주부 출신 CEO, 이희자(53) 루펜리 사장의 표정에선 ‘일하는 엄마’가 가족에게 가질 법한 미안함(?)을 읽을 수 없었다. 오히려 가족 얘기가 나오자 그녀의 표정은 더 환해졌다. “저희 부부에게 2남 1녀가 있거든요. 처음 사업할 때 집안의 세 남자에게 말했어요. 내 인생에 끼어 들지 말아라” 그녀는 잠깐 웃더니 “이제 경영학을 공부하는 딸은 엄마처럼 되겠다고 그러고, 아들들이나 남편도 제 말을 더 신뢰하게 됐다고 하네요”라고 말했다. -한마디 한마디에 성공한 사업가의 당당함이 느껴집니다. ▦겁날 게 없으니까요. 27년간 주부로 봉사했고, 그 기간에 부족했던 2%를 사업하면서 성취했어요. 일을 즐기니까 더 자신 있어요. ■ 통 큰 맏며느리서 사업가로 변신 -요즘 주부들에게 인기를 끄는 남은 음식물처리기를 처음 개발해서 대박을 터뜨리셨죠. ▦원래 시래기나 무말랭이 같은 것을 잘 말리는 기계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 게 출발점이었어요. 그러다 쓰레기를 말려버리면 어떨까 생각했죠. 주부면 다 알걸요. 남자들은 그런 생각 못하죠. ‘돈 되니까 해보자’하고 ‘남은 음식 정말 아까운데 어떻게 재활용할 수 없을까’, 두 접근방법은 차원이 다르잖아요. -그래도 주부에서 사업가로의 변신하려면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요. ▦원래 통이 큰 맏며느리였어요. 돌아가신 시아버지께서도 ‘우리 며느리는 다 좋은데 손이 너무 커’라고 말씀하시곤 했죠. 제가 이렇게 성공한 것도 손이 커서 그래요. 음식물처리기도 기왕 1만 대 만드는 것이면 아예 10만 대 만들자 하니까. 사업하는 게 제 적성에 딱 맞아요. -그래도 사업 하면서 벽에 부딪힐 때가 있잖아요. ▦99년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감으로 밀어붙여왔어요. 경영의 ‘경’자도 몰라요. 다만 책을 많이 읽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회계면 회계 전문가, 마케팅이면 마케팅 전문가에게 맡기죠. 물론 틀릴 때도 있어요. 그래서 1억원을 날리면 ‘이번에 1억원 어치 공부했다’고 생각했고요. ■ 빌트인 음식물처리기시장 80% 점유 -제품을 개발하고 처음엔 판로를 찾기가 어려웠을 텐데요. ▦처음엔 공무원들을 찾아 다녔죠. 나라에서 이걸 쓰면 음식물쓰레기 걱정도 안하고 얼마나 좋겠냐는 생각에. 결국 실패했지만. 그 다음에 건설회사를 찾아 다녔는데 롯데건설이 처음으로 주방에 빌트인 하는 것을 결정했죠. 이제 국내 건설사 빌트인 제품은 80% 선점했고, 대기업 유통채널도 확보했어요. 조만간 홈쇼핑채널에도 나올 예정이고. 올해 매출은 1,000억원이 목표입니다. -연 매출 20억원(2005년)에서 500억원(2006년), 다시 1,000억원이면 엄청난 성장률인데요. 이 시점에서 가장 겁나는 것은. ▦고객의 평가죠. 그게 가장 두려워요. 제품기능은 기본이고,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디자인 상인 ‘레드닷 어워드’까지 이번에 받았으니 제품에 대해선 얼마든지 자신 있어요. 하지만 신제품을 내놓을 때 고객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생각하면 정말 긴장되고, 책임감도 느껴요. -해외에서도 음식물처리기 반응이 좋다면서요. ▦네. 종교적인 면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왜 불교에서는 밥알 하나 남기는 것도 죄스럽다고 하잖아요. 아랍 국가들도 가보니까 음식물은 버려서도, 밟아서도 안되더라고요. 종교적으로 죄라고. 제가 음식물 처리기를 설명해주니까 감탄하면서 ‘신이 보낸 여자’라고 부르던데요. (웃음) -나라마다 음식 문화가 다 다르잖아요. ▦그럼요. 아랍에미레이트(UAE) 같은 아랍 국가는 기름요리가 많아서 고온탈취 방식으로 건조 시켜요. 건조 시킨 건 사막에 비료로 쓰고. 우리나라는 아파트 문화가 정착돼서 자연건조를 시킨 뒤 주로 연료로 쓰죠. 디자인 선호도도 국가마다 달라요. 우리나라는 선명한 색깔을 선호하는 반면, 일본은 파스텔톤이나 화이트 계열을 좋아해요. -음식물처리기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비슷한 상품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음식물처리기가 겉으로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기술이에요. 저도 많이 실패하고 고민한 결과이고요. 비슷한 제품이 나오지만 ‘사족(蛇足)’, 즉 필요 없는 기능이 많아요. 하지만 주부들은 버튼 많으면 질색이죠. 음식물처리기 기능은 간단해요. 뭘 넣든 고장 나지 않는 것. ‘조개 껍질을 넣지 말라’, ‘수박껍질은 잘라서 넣어라’ 이런 단서 필요 없어요. 쓰레기통은 쓰레기통일 뿐 컴퓨터가 아니에요. ■ 내달중 소형 가전제품 개발·발표 -‘루펜’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해오셨죠. ▦월 20만대 생산이 가능하도록 최근 5개 공장과 아웃소싱 계약을 맺었어요. 식당용까지 10조원 시장으로 보니 무궁무진 하죠. 남들은 성공했다고 하는데, 전 이제 시작에 불과해요. -음식물처리기 외에 새로운 제품군(郡) 개발 계획은. ▦주부들을 위한 소형 가전제품인데 다음달 발표할 예정이에요. 아직 대외비고요. 음식물처리기 ‘루펜’을 중심으로, 기타 가전제품을 하나씩 붙여나갈 구상이에요. -바빠서 전업주부 시절 연속극 보던 즐거움은 포기하셨겠어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요즘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을 얼마나 재미있게 보는데요. 전 저녁약속을 안 잡아요. 주말에도 꼭 쉬고. 대신 아침에 일찍 출근하죠. 하루를 여유 있게 시작할 수 있거든요. -다른 주부 출신 CEO와 많이 비교대상이 되는데요. ▦경쟁자라고 생각하는 사람 없어요. 경쟁자는요 무슨… 정주영 회장님 정도라면 모를까.
■ 작년 500억 매출…"중동·日수출"


루펜리는 남은 음식물쓰레기를 건조한 뒤 비료나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음식물처리기를 개발한 회사다. 루펜리가 생산하는 음식물처리기 '루펜(LOOFEN)'은 '100% Fresh ENvironment' 즉, 깨끗한 환경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 2003년 설립된 루펜리가 2004년 처음 출시한 가정용 음식물처리기 '루펜'은 쓰레기 분리수거에 불편함을 느끼던 주부들로부터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여기에 아파트 건설업계의 고급아파트 경쟁으로 '루펜'이 신규 아파트의 빌트인 제품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지난해엔 매출 500억원(수출 포함)을 기록,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루펜리는 국내의 인기를 해외에서도 이어가기 위해 현재 아랍에미레이트(UAE), 일본 등과의 수출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루펜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냄새 없이 건조 시켜 쓰레기 양을 5분의 1로 줄이는 건조 기술로 발명의 날 국무총리상(2006년), 여성발명경진대회 대통령상(2007년) 등 국내 각종 발명 상을 휩쓸었으며,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2007 레드닷 어워드 컨셉디자인부문상'도 수상했다. 루펜리는 업소용ㆍ가정용 음식물처리기 라인업을 늘리는 한편, 처리된 음식물 찌꺼기를 연료로 재가공 하는 연구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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