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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환율… 거래량 폭증… 피말리는 '쩐의 전쟁'

[3차 글로벌 금융위기 오나] ■숨가빴던 외환딜링룸 <br>점심식사도 거르고 모니터 사수<br>당국 시장개입소식 흘러 나오자 딜러들 거래 손놀림 더욱 빨라져<br> "전쟁 끝나면 몸무게 1~2㎏ 줄어"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한 7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글로벌마켓영업부에 있는 딜러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호재기자

"50솔드 8원 던(50만달러 매수 1,158원 체결)." "5개 6.0에 보트(500만달러 1,156.0에 매도)." "던(체결)." "6,000만엔 솔드" "3,000 보트." "44?" "넛싱 45!" "10만불 롱(매수포지션)." "6(1,166원)에 10만불" "9.3(1,159.3원)에 오퍼(매수주문) 하나." "9.3 하나 던." 7일 오후1시20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영업부 2층 딜링룸. 책상마다 5~6개씩 설치된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20여명의 외환딜러들이 암호와 같은 말을 내뱉으며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오전 한때 1,169원50전까지 오르면서 1,170원대 진입을 시도하다가 오후 들어 오름폭이 줄어들며 1,146~1,149원까지 원·달러 환율이 빠지자 외환딜러들의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진 것이다. 언뜻 암호처럼 들리는 '50솔드'는 50만달러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는 뜻이다. 고객으로서는 매수지만 딜러로서는 달러를 파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로 '솔드'라고 외친다. 딜링룸을 총지휘하는 선임딜러 조현석 외환은행 과장의 손놀림도 빨라졌다. 그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손가락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단말기를 두드렸다. 6개 모니터를 훑어보며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해외 통신사들의 환율 뉴스는 물론 매매기준율과 매매호가 등도 쉴 새 없이 살펴본다. 조 과장은 "오늘처럼 유럽발 금융위기 우려 등 대형 악재로 환율이 요동칠 때는 정말 피가 마를 정도"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한 딜러도 "외부에서 휴대폰으로 주문이 들어오기도 해 정신을 바짝 차려야 주문 실수가 없다"며 "주문에 대해 딜러 간 재확인 작업도 거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기자가 오전9시45분에 찾은 한국씨티은행 외환파생운용부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마디로 전쟁터나 다름없다. "로이터 인터뱅크가 먹통이에요." "다른 은행은 돼요, 안 돼요." "우리 빼고 다 돼요. 서버에 과부하가 걸린 것 같아요." "그러게 서버 좀 넉넉하게 쓰자니까." 주요 외국환중개 거래망 가운데 하나인 '로이터 인터뱅크'가 먹통이 되자 딜러들의 짜증 섞인 원망이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왔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거래량이 폭등하자 서버가 견디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4분 후인 오전9시49분에 멈췄던 거래망이 정상화됐지만 10초에 5번 이상 거래가 오가는 딜러들에게 4분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왔지만 대부분의 딜러들이 잠시도 자리를 비우지 못한다. 끼니를 거른 채 환율과의 전쟁을 치른 것이다. 특히 점심시간을 전후해 당국의 시장개입 가능성이 전해지면서 딜러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다. 이 같은 모습은 오후3시 마감시간까지 이어졌다. 토머스 강 씨티은행 외환파생영업부 본부장은 "오전에 역외세력이 쇼트커버(매도했던 달러 재매수)에 나서면서 환율 추가 상승을 부추겼다"며 "점심시간 즈음 당국이 환율 변동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나아가 일부 은행권이 쇼트포지션(달러 매도)을 취하면서 그나마 환율 하락에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같은 날 점심을 먹는 것은 사치"라며 "오늘처럼 전쟁을 치르고 나면 몸무게가 1~2㎏은 빠진다"고 덧붙였다. 역외환율을 반영해 전날보다 24.7원 급등한 1,161.0원에 출발한 이날 환율은 오전 한때 1,169원50전까지 올랐으나 외환 당국이 환율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발언이 전해지면서 오버슈팅했던 환율이 진정세로 돌아서며 1,152원50전으로 마감했다. 밤 사이 주가가 3% 이상 폭락한 미국에서는 1유로당 1.28달러선이 붕괴돼 원·달러 환율 상승 출발은 이미 예고됐다. 예상된 전쟁이었지만 피 말리는 하루는 너무 길었다. 오후3시 "휴~"하는 한숨과 함께 끝난 딜러들의 하루는 너무 급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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