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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연기금이 들어온다

김형기 증권부장 kkim@sed.co.kr

김형기 증권부장

“늑대가 내려온다.” 이솝우화의 ‘양치기소년과 늑대’에서 소년은 마을 사람들을 두번까지 속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세번째는 사람들이 그를 아예 믿어주지 않았다. 한국의 주식시장에는 양치기소년의 거짓말이 줄곧 등장했다. 트리플 악재(차이나 쇼크, 미국의 금리 조기인상 가능성 시사, 유가폭등)로 글로벌 금융자본이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시작하면서 서울증시가 벌써 한달 넘게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띠고 있다. 정부는 지난주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법 개정작업에 들어갔다. 또 재정경제부의 한 고위공무원은 “(시장 상황이 영 좋지 않으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를 위한 세제혜택 방안 등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식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급구조 개선을 위한 해법이다. 매번 시장이 위기를 맞으면 정부가 내놓았던 카드다. 특히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확대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약속은 10년도 훨씬 넘는 ‘해묵은 레퍼토리’다. 3번 속는 바보는 없다 똑같은 거짓말에 3번 이상 넘어갈 바보는 없다. 이번에도 연기금의 주식투자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설사 법 개정에 성공한다 해도 현재로서는 연기금이 주식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가장 큰 이유는 ‘시어머니ㆍ시누이’들이 주변에 잔뜩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기금 관계자들을 만나 주식투자 여부를 질문하면 한결같이 손사래를 친다. 한 관계자는 “국회ㆍ감사원ㆍ해당부처ㆍ기금운용위원회가 상시 감시하고 있다. 아주 일부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도 자칫 투자평가손실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길어야 1년, 짧으면 몇 개월 간격을 두고 이곳저곳에 불려 다녀야 한다”며 고개를 젓는다. 그는 “설사 귀신 같은 솜씨를 발휘해서 투자평가이익을 얻는다 해도 ‘주식같이 위험한 자산에 국민의 재산을 함부로 맡긴다’고 호통을 당하기 십상”이라고 덧붙였다. 잘해봐야 본전도 찾지 못하고 자칫하면 자리보전마저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연기금 내부를 들여다봐도 마찬가지다. 조 단위 이상의 자금을 주식에 투자하려면 많은 전문인력과 풍부한 노하우가 절대 필요한데 연기금에는 두 요소 모두 결핍돼 있다. 최근 사기업 금융사에서 모기금으로 자리를 옮긴 한 펀드매니저는 “직장으로는 편한데 월급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귀띔했다. 능력에 맞는 대우를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이 많이 몰릴 리 만무하다. 게다가 지금같이 주식투자에 소규모 자금만 운용한다면 많은 인력을 끌어모을 필요도 사실은 없다. 시간이 아무리 흘렀어도 주식투자 노하우가 쌓이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진실 혹은 거짓말' 정부가 최악의 경우 내놓겠다고 언급한 개인 주식투자에 대한 세금우대혜택 역시 현재로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옳다. 모르긴 몰라도 과거의 경험상 주식투자 세제혜택은 기껏해야 1년 아니면 2년짜리 한시적인 제도일 것이다. 세제혜택 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것은 좋게 해석하면 조세형평성의 문제 때문이지만 각도를 조금 바꾸면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태도로 읽힌다. 한번 더 꼬아보면 ‘시장만 있을 뿐 투자자는 없다’는 마음가짐이 보인다. 양치기소년은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다시 한번 “늑대가 내려온다”고 소리쳤다. 물론 마을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정부가 지금 “연기금이 들어온다”고 소리치는 것은 세번째(진심)에 해당할지 모르지만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여전히 거짓으로 들린다. 시간이 흐르면 참과 거짓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세번째마저 거짓으로 확인되는 순간 서울증시의 내일은 참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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