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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오일달러의 역군들

이연선 기자 <부동산부>

“여기 계속 살다가는 몸에서 사리가 나올지도 몰라.” 지난 24일 쿠웨이트를 떠나는 비행기 속에서 한 선배 기자가 건넨 말이다. 5월임에도 온도계는 섭씨 40도를 훌쩍 넘어섰다. 더운 날씨도 견디기 어렵지만 보수적인 이슬람교 국가에서 재미를 붙일 만한 소일거리는 더더욱 없어 보였다. 술과 돼지고기가 금지된 터라 일이 끝나고 난 뒤 가볍게 맥주 한 잔으로 목을 축이는 것도 생각하기 어렵다고 현지 건설업체 직원들은 말했다. 저녁 8시에 일이 끝나면 숙소로 들어가 자고 아침 5시에 일어나면 다시 출근하는 게 일과라는 이들의 얼굴은 현지인만큼이나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고유가에 따른 중동 건설특수로 해외건설이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최근의 해외건설은 전체적인 수주량도 증가하고 있지만 플랜트 수주가 급증한다는 점에서 질적으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의 경우 지난달 말까지 수주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나 늘었다. 시장상황도 많이 변했다. 개발도상국들이 1억~2억달러짜리 소액시장을 잠식해옴에 따라 우리나라 건설업체는 5억달러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이에 걸맞은 매니지먼트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업체간 출혈경쟁도 많이 줄었다. 적정이윤을 확보할 수 없는 프로젝트라면 과감히 포기하고, 상징적 구조물의 경우 ‘이름을 남기겠다’고 무모하게 입찰가격을 낮추는 사례도 거의 없어졌다. 과거의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한국업체들은 현지에서 쌓은 시공능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속속 반가운 수주 소식을 알려오고 있다. 97년 사상최고치인 141억달러를 기록한 후 하향추세를 보이던 해외건설 수주실적도 빠르게 회복되는 중이다. 침체된 국내 건설경기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올해 말 준공되는 프로젝트를 끝내면 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기대했다가 또 다른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는 소식에 섭섭한 표정을 보이던 한 건설업체 직원의 얼굴이 떠오른다. 자랑스러움과 안쓰러움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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