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백이 먼저 손을 댈 수 있었던 상변쪽 경계선긋기가 흑의 권리가 되었다. 박영훈은 즐거운 마음으로 7에 머리를 내밀었는데…. 그 수가 경솔했다. 백8의 역습이 적시 안타. 흑7로는 참고도1의 흑1부터 두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었다. 이것과 실전의 진행과는 3집 가까운 차이. 만약 박영훈이 참고도의 수순을 제대로 밟았더라면 반집을 다투는 박빙의 승부였는데 그것을 놓치는 바람에 미세하게 모자라는 바둑이 되었다. 2집반이나 3집반이 모자라는 형세. 아무리 박영훈이 끝내기의 전문가지만 요다 역시 끝내기라면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이다. 백22로 중원의 대평원이 확실하게 완성되었다. 이제는 정말이지 끝내기 이외의 변수는 없다. 끝내기 수순을 쫓아가던 최철한이 요다의 38을 보고 짧은 비명을 질렀다. 바로 옆에 있던 원성진이 물었다. “왜? 컸다는 얘기야?” “아냐. 다행이라는 얘기야.” 백38은 실수였다. 참고도2의 백1을 먼저 두어 흑10까지를 응수시켰어야 했다. 요다는 조금 낙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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