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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용도 상향 이어질까
입력2004-02-18 00:00:00
수정
2004.02.18 00:00:00
한국정부만큼 신용도의 변화폭이 큰 정부도 없다.
지난 97년 한국의 정부 등급은 `AA-`에서 `B+`로 크게 떨어졌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최고 등급인 `AAA`에서 3단계 아래인 `AA-`로부터 10단계가 하향 조정돼 비투자 등급인 `B+`까지 떨어졌다. 98년에서 2002년 사이 한국정부의 신용등급은 다시 7단계 상승해 투자적격 등급인 `A-`까지 올라갔다. 앞으로도 한국의 신용도가 과연 이러한 상향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본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신용등급이 무엇인지, 한국의 신용등급은 왜 하향 조정됐다가 다시 상향 조정됐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신용등급이란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예측하는 지표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현재 한국정부의 부도 가능성은 `A-` 수준에 와 있다. 97년 한국정부의 신용등급이 급락한 이유는 부실 기업과 은행을 살리고자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개입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외화를 비밀리에 국내은행의 해외 지점에 지원한 데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에 국가 부도 상황이 촌각을 다투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로 당시 공공 재정은 매우 불안한 상황이었다. 정부 신용등급의 급락이 국가 부도로 이어진 여타 많은 국가들과는 달리 당시 한국의 신행정부는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금융시스템의 부실을 청산했으며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구분을 흐리는 준재정 활동을 축소했다. 98년 심각한 불황을 거쳐 한국의 경제는 성장세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신속하게 외환보유고 확충에 나섰으며 현재 그 보유 수준은 다소 과도하다 할 정도에 이르렀다. 또한 한국정부는 한국의 금융시스템을 재정립하고 더 나아가 정부 재정의 균형을 이뤘다. 한국정부는 균형재정을 이룸으로써 은행에 구제자금을 지원하기 이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채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이처럼 한국의 펀더멘털이 개선되면서 98년에서 2002년까지 한국정부의 신용등급은 계속 상향세를 보였다. 하지만 등급이 상향 조정되기 위해서는 항상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있게 마련인데 S&P는 한국의 경우 민간 부문에 대한 개혁의지가 지난해 다소 둔화됐다고 보고 있다. `A-` 등급에 속해 있는 국가들 및 한국과 경제개발 수준이 비슷한 국가들과 비교해볼 때 한국정부만큼 신용공여에 크게 관여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정부는 한국산업은행ㆍ한국수출입은행ㆍ기업은행과 같은 주요 국책은행을 통해 여신을 제공하고 있으며 또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험기금을 통해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이들 금융기관의 활동과 이에 수반되는 궁극적 손실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진다. 하지만 정부가 지는 우발채무의 규모는 이들 금융기관에 대한 부담을 넘어서는 것이다. LG카드 처리에서 볼 수 있듯 금융시스템 전체적으로 볼 때 규모가 작고 영향력이 제한적인 기업들이 부실화로 어려움을 겪을 때 한국정부는 직접적인 구제책을 마련해줬다. S&P는 한국정부의 재정상 우발 위험이 `A-` 등급에 속해 있는 여타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정부와 관계된 우발위험은 이뿐만이 아니다. 88년 S&P가 최초로 한국에 등급을 부여한 시점부터 북한문제는 한국정부의 등급평가에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돼왔다. 왜냐하면 한반도는 항상 군사적 위협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협의 수위는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나 전반적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은 현재 S&P의 등급을 받는 국가들 가운데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국가를 포함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6자 회담으로 북한이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을 정도로 무장해제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기 때문에 한반도의 군사적 위험은 계속 상존할 것이다. 북한과 관련된 우발위험에는 통일비용을 빼놓을 수가 없다. 북한에 대한 계속적인 지원을 통해 북한경제의 붕괴를 지연시킬 수는 있겠으나 결국 붕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78년의 중국이나 86년의 베트남과 같은 구조적 개혁이 단행돼야 한다. 하지만 S&P는 북한에서 이와 같은 개혁이 진행 중이라는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부담하게 되겠지만 한반도의 통일비용은 수백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통일이 이뤄지면 많은 국가들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겠지만 결국 대부분의 통일비용을 부담해야 할 당사자는 한국정부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한반도의 통일에 대비해 재정상황에 항상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S&P는 한국정부의 현 신용상황은 플러스 요인과 마이너스 요인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한국정부의 `A-` 등급에 대한 전망을 `안정적`으로 보고 있다. 4월 총선 이후 한국정부는 제2의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될 것이다. 또한 저축과 투자의 배분에 대한 간섭을 축소하고 정부의 임기응변적인 구제책에서 야기된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으며 기민한 외교정책을 통해 북한과 관련된 위험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정부가 상기 현안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정부의 신용도가 결정될 것이다.
<존 쳄버스 S&P 전무ㆍ정부신용평가 부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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