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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52개서민 생필품 절반큰폭오름세… "물가지수 평균의 함정"

[지표론 안정세인데… 체감물가 왜 높나]<br>쌀·밀가루·고추장·식용유·설탕 등 대표적 식탁 품목 많이 올랐지만<br>가중치 높은 축산·채소값 등 떨어져 전체 물가 상승률 끌어내려

여전히 높은 수준의 채소 물가를 반영하듯 강북의 한 재래시장이 한산하다. 지표로 나타난 소비자물가는 다소 떨어졌다지만 서민 생활에 밀접한 품목들의 오름세가 커 체감물가는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주부 이선경씨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소식을 접한 순간 두 귀를 의심했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가 3.1%(전년 동월 대비)로 1년 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는 것인데 이씨의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았기 때문이다.

물가가 4%대 고공행진을 이어갔던 지난해 말에 비하면 수치상 개선된 것은 분명한데 이처럼 체감물가와 괴리가 큰 것은 왜일까. 해답은 이씨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서민생활 밀접 품목', 이른바 'MB 물가'로 상징되는 52개 품목에 있었다. 전체 물가가 다소 진정되는 와중에서도 이들 품목은 매월 절반가량이 물가 평균치보다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체 통계는 체감물가와 연관성 떨어져=통계청이 매월 조사해 발표하는 481개 상품 및 서비스의 전체 가격변동 평균치는 서민들의 체감물가와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씨의 경우처럼 일반 서민들은 물가 수준을 판단할 때 자신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품목의 가격 변동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체감물가를 설명하려면 서민들의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주요 생활필수품들의 가격변동을 확인해야 한다.

통계청은 매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할 때 보조지표로 생활물가지수를 함께 내놓는다. 이는 통계청이 체감물가를 보여주기 위해 소비자가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품목 142개를 뽑아낸 것이다. 하지만 생활물가지수가 서민체감 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지 오래다.

당장 지난해 9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생활물가 상승률을 비교해봐도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올해 1∙2월에는 생활물가(3.3%, 2.8%)가 소비자물가(3.4%, 3.1%)보다 낮은 기이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점점 높아지는데 통계는 전혀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52개 서민생활 품목 절반 이상이 평균 물가 상승률 웃돌아=정부가 2008년 이른바 'MB 물가지수'를 도입하며 52개 주요 생활필수품을 선정해 집중 관리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에는 휘발유∙LPG 등을 비롯해 쌀∙밀가루∙쇠고기∙돼지고기∙배추∙마늘∙우유∙학원비∙이미용료 등 실생활과 직접 연관된 품목들이 들어가 있다. 서민들의 체감물가와 직접 관련돼 있는 주요 생필품을 추려내 제대로 들여다보겠다는 의지였다.

이들 지수는 물가관리에 실패한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단골 소재로 쓰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현 시점에서 서민 체감물가를 이만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도 없다.

정부가 중점 관리하는 52개 주요 생필품의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악화하고 있는 서민들의 물가 체감도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52개 품목 가운데 물가상승률 평균치인 3.1%를 크게 웃돈 품목은 27개로 절반이 넘는다.



대표적인 식탁물가인 쌀(17.6%), 밀가루(8.3%), 고추장(20.0%), 식용류(10.3%), 설탕(16.1%), 콩나물(4.5%) 등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크게 올랐고 세제(11.0%), 화장지(6.0%), 위생대(5.2%), 목욕료(7.5%), 이미용료(5.3%) 등도 평균 물가상승률을 상회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52개 주요 생필품의 가격변동을 조사해본 결과 매월 25~29개 품목이 물가상승률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가 4.7%까지 올랐던 지난해 8월 25개를 시작으로 2011년 9월 28개, 10월 29개, 211월 25개, 12월 27개, 2012년 1월 28개, 2월 28개 등 대부분 기간 동안 절반이 넘는 품목이 평균치보다 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표가 아무리 개선돼도 서민의 체감물가가 가라앉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부 품목 폭락에 의존하고 있는 물가 안정세=결국 서민들의 체감물가가 높은 데도 불구하고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된 것은 소비자물가가 평균의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 석유류, 공업제품, 전기∙수도∙가스 등의 항목에 포함된 481개 품목에 가중치를 부여해 가격변화를 조사한다.

이 때문에 가중치가 높은 일부 품목의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거나 상승폭이 축소되면 전체 소비자물가가 왜곡되는 경우가 벌어질 수 있다. 서민들이 느끼기에는 물가가 크게 오른 것 같은데 지표 상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대표적인 경우다.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도 물가 상승률(3.9%)이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축산물ㆍ채소류 등이 전년 동월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전체적으로 상승률이 둔화됐다. 특히 돼지고기는 구제역 이후 사육두수 증가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1%, 전월보다 14.9% 하락하면서 물가를 끌어내렸다.

또 배추∙무∙파∙양파∙마늘 등 채소류도 전달보다 소폭 올랐으나 전년 동월 대비로는 각각 -65.1%, -34.1%, -50.7%, -30.5%, -16.5% 폭락하면서 물가 상승폭을 줄였다. 통신사들의 기본요금 인하로 통신료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5%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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