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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이 공모주 청약 돌풍에 이어 18일 상장 첫날 또다시 대박을 쳤다. 이날 제일모직은 공모가격(5만3,000원)의 2배로 출발해 시초가 대비 6%대 오름세로 첫 거래일을 마쳤다. 시초가가 형성 가능 범위의 최상단까지 오를 만큼 높게 형성됐지만 개인과 기관 등 투자자들이 "제일모직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쪽에 베팅한 결과다. 이는 한 달 앞서 증시에 입성했던 삼성SDS가 시초가 대비 13.82% 폭락했던 것과 대비된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일모직은 기존 사업 모델과 보유자산 외에도 신수종사업 중 하나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 여부에 따라 기업가치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 주가가 밸류에이션 부담을 느낄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지만 제일모직의 주가는 이날 오전만 해도 급등락을 반복했다. 개장 전부터 매수 최고호가인 10만6,000원에 250만주 이상이 몰리며 기대감을 키운 제일모직 시초가는 예상대로 공모가의 2배인 10만6,000원에 형성됐다. 거래 시작 이후 상승하던 주가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오전9시10분께 시초가 대비 6.4% 하락한 9만9,200원까지 내려갔다. 이날 총 4,494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판 외국인은 장 초반부터 제일모직 주식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개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매수폭이 확대되면서 주가는 다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외국인의 대규모 차익 실현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기관이 제일모직 주가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쪽에 베팅하면서 시초가 대비 6.6% 오르며 상승 마감했다. 특히 개인은 지난달 14일 삼성SDS 상장 때 2,465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며 차익 실현에 나섰지만 이날은 384억원 순매수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제일모직 주가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고 부동산과 계열사 지분 등 자산가치 규모도 6조원을 웃돌 만큼 막대하다. 신수종사업 중 하나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성까지 더해지면 지금의 주가는 결코 비싸지 않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공모가가 19만원에 형성됐던 삼성SDS와 달리 상장 전 액면분할(액면가 100원)을 통해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인 점도 주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오전 상장 기념식에서 "제일모직은 상장 전 액면분할을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기회를 부여했다"면서 "다양한 투자자들이 참여함으로써 기업가치가 높아졌고 유동성이 증가해 주식시장 활성화 측면에서도 기여했다"며 강조했다.
3월 이후로 코스피200지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 등 외국인 자금 유입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주가에는 긍정적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거래소가 최근 코스피200 특례편입 요건을 완화했다"며 "시가총액이 11조원을 넘고 주가가 8만5,000원 이상을 유지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일모직은 내년 3월 선물옵션 동시만기일 다음 날 코스피200에 편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제일모직을 바라보는 외국인과 기관의 시각 차가 커질 경우 주가 상승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외국인이 집중 매도한 것은 제일모직의 주력인 패션사업 부문의 사업 전망을 고려할 때 현 주가 수준이 부담스럽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면서 "지배구조 재편 이슈 등 사업 외적인 가치를 높게 평가한 기관과 비지니스 모델에만 초점을 맞춘 외국인 간 시각 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봤다.
한편 이날 개장 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열린 제일모직 상장기념식에는 윤주화·김봉영 제일모직 사장,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대표주관사인 KDB대우증권의 홍성국 사장 등 관계자 및 언론사 취재진 80여명이 참석했다. 관계자들은 제일모직의 주가 상승을 바라는 마음으로 붉은색 넥타이 차림을 하고 상장기념식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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