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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예측 가능한 정책펴 기업투자 촉진"
입력2004-05-16 16:36:19
수정
2004.05.16 16:36:19
홍재형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
[월요초대석] "예측 가능한 정책펴 기업투자 촉진"
홍재형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
[발자취] 정통관료 코스 밟은 경제통
[내가 본 홍재형의장] 풍부한 경륜, 신중함·추진력 갖춰
“기업의 투자를 늘리려면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펴야 합니다. 정치권, 특히 행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쪽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일이 진행돼왔느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겠지요.”
탄핵소추안이 기각된 후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홍재형(사진) 열린우리당 신임 정책위의장은 “행정부나 국회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기업들도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는 따끔한 말을 빼놓지 않았다. 정책위의장을 맡아 천정배 신임 원내대표와 함께 정책위의장을 맡아 과반 여당의 정책운영의 키를 쥐게 된 홍 의장은 인터뷰 내내 상기된 표정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특히 탄핵기각 직후 가진 대국민 담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지속적인 개혁’을 천명하고 나섬에 따라 천ㆍ홍 체제는 원내에서 개혁정책의 선봉역을 맡게 됐다. 노 대통령의 담화를 지켜본 뒤 홍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선은 일자리 창출 등 경제회복이 급합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강화되는 쪽으로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얼마 전 산업자원부와의 당정협의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재벌개혁 방향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하셨는데 개혁이 우선이라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금융사 보유 자기계열 주식의 의결권 제한 등 공정위의 재벌개혁 방향을 원칙적으로 지지합니다. 다만 선후관계를 따져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전혀 불필요한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정책위 의장 경선 직후에는 “지금은 경기진작이 중요하고 기업 기살리기가 우선”이라고 강조하지 않았습니까.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육박하고 내수는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데다 차이나 쇼크, 고유가,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설 등 대외적 여건은 더욱 악화하고 있습니다. 내수ㆍ수출ㆍ투자 등 경제회복을 위한 세 개의 엔진이 모두 약한 상황입니다. 기업투자를 촉진해 수출 엔진 하나뿐 아니라 투자 엔진, 소비 엔진도 살려야 합니다. 그런데 소비 쪽은 상대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게 문제입니다. 따라서 기업들의 투자 엔진을 살리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뜻에서 그렇기 말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제거돼야 하고 거기에 따르는 규제와 개혁 등 할 것이 있으면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입니다.
-참여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재계에 한말씀 해주신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당정이 함께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재계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합니다.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자구노력이 필요합니다. 왜 우리 주식시장에 외국인들이 더 많이 투자합니까. 4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에 투자되지 않는 이유를 우리 모두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정책위 의장 후보 연설에서 실용적 개혁, 결과가 있는 개혁을 외쳤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말씀입니까.
▲흔히 한국은 비전이 없다고들 하는데 사실은 ‘동북아 허브’ ‘소득 2만달러 시대’ ‘참여정부 로드맵’ 등 좋은 비전이 넘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전을 나열하기만 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핵심과제를 순서대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꺼번에 하려고 들면 한 가지도 제대로 못하게 됩니다. 또 갑자기 너무 많은 카드를 꺼내 들면 다음 카드를 꺼낼 때 국민들이 ‘그거 뭐 뻔하지’하는 내성도 생기지 않겠습니까. 시급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성과?만들어나가는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지요.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이 너무 좌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총선 직후 설악산에서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 그룹별 분임토론을 갖고 이념에 대한 논쟁을 활발히 벌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생운동 출신 등 개혁 성향의 당선자들이 많아 그 같은 우려가 나오는데 그들도 그동안 사회경험을 통해 생각이 많이 유연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좌가 아니라 가운데로 수렴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지요.
-6월 초까지는 추경안을 마련하도록 추진하겠다고 하셨는데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해주시지요. 일각에서는 5조~7조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던데요.
▲추경의 규모와 내용을 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행정부 소관입니다. 예산을 국회가 만드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현재로서는 6월 초에 추경규모 등 세부사항을 정하자는 선에서 당정 협의를 마친 상태입니다. 아직 정확한 규모에 대해 얘기된 것은 없습니다. 당은 중소기업 지원자금을 추가해달라,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원금을 늘려달라, 유가상승을 감안해 경로당 기름값 지원분을 추경에 포함시켜달라는 등의 제안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중소기업지원문제와 관련해 당 차원에서 별도로 강구되는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일부에서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간의 통합 가능성도 얘기되고 있는데요.
▲중소기업종합지원대책을 6월 초까지 마련하기로 정부와 협의를 마친 상태입니다. 이미 알려진 대로 6,000억원 추가 자금지원, 중기지원금리 인하 등이 주요 내용에 포함될 것입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간 통합 등은 전체적인 조직개편안이 나올 때 가서 논할 문제이지요. 벌써부터 이야기할 성질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년부터 법인세가 인하되고 하반기에는 세제개편이 대폭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금융이 사람의 피라면 세금은 사람의 뼈대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세제를 자꾸 바꾸면 기업들이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것이지요. 원칙적으로 세제는 되도록 바꾸지 않는 게 좋습니다. 법인세 문제와 관련해서는 경쟁국과의 비교가 가장 중요합니다. 경쟁국에 비해 법인세 부담이 높아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한다면 당연히 조정이 필요합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여러가지 감면혜택을 늘려 실질적으로 법인세 부담을 낮추어놓은 상태입니다.
-정부가 법안을 입안할 때 외국투자가, 국제기구, 무디스 등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과 협의하겠다는 공약이 있었습니다.
▲의원들이 업무와 지역구 관리에 바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 선진국에 진입하기 반보 직전인데 다른 선진국은 어떻게 할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시야도 넓혀야 합니다. 이를 위해 비정기적으로 외국 투자전문기관, 무디스 쪽 전문가들과 인터넷 화상회의를 갖는 등 인프라를 만들어주겠다는 얘기입니다. 초선의원들이 좀더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정책위에서 만들어주자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법안을 입안할 때 그들의 의견을 반영構渼募?말인가요.
▲예산이 허락한다면 해당 전문가들을 초빙해 세미나를 연다든가 해 식견을 넓히면 자연스럽게 법안에 반영될 수는 있겠지요. 그렇지만 직접 자문을 구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시민단체 등도 자연스럽게 여당의 정책입안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담=이용웅정치부장 yyong@sed.co.kr
정리=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입력시간 : 2004-05-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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