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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5월 8일] 늙은 말의 지혜와 디지털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이 군사를 일으켜 정벌에 나섰다가 숲 속에서 길을 잃었다. 길을 찾아 아무리 앞으로 나가도 다시 제자리였다. 이때 부하 관중이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며 나이 든 말 한 마리를 풀어놓았다. 환공이 늙은 말을 따라가자 얼마 안 돼 큰 길을 찾아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한비자 설림편에 나오는 ‘노마지지(老馬之智)’의 고사로 세상살이에는 ‘경험을 쌓은 늙은 사람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회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어르신들의 지혜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젊은 세대에게 늙은 세대가 배워야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구세대의 지식과 지혜는 모두 ‘구닥다리’로 치부하기도 한다. 게다가 어르신들이 근력이나 육체적 힘이 부족하다 보니 생산력을 상실한, 그래서 사회에 부담을 주는 존재로까지 전락한 느낌이다. 그러나 세월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지혜다. 영국 속담에도 ‘노인의 말은 맞지 않는 것이 별로 없다’는 말이 있다. 지혜는 여러 세대를 거쳐 삶의 경험이 축적되고 다시 그것이 걸러지고 전수됨으로써 빛을 발하는데 디지털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흰머리가 지긋한 어느 퇴직 교사가 인터넷상에서 ‘디지털 서당의 훈장’이 돼 젊은 네티즌에게 우리 전통과 삶의 지혜를 전수하는 것이 좋은 사례다. 지식사회가 점점 고도화되면 디지털을 활용해 생산현장이나 삶의 현장에서 어르신들의 지혜를 나눠주는 기회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지식사회에서는 힘을 바탕으로 한 육체노동 대신 지혜와 지식이 생산의 중심이다. 게다가 디지털의 덕목 중 하나도 지식의 개방, 지혜의 나눔이 아닌가. 어르신들의 살아온 삶 그 자체가 지혜다. 자녀에게 가르쳐온 것은 교육의 지혜, 가정을 이끌어온 것은 경영의 지혜, 지나온 삶은 생활의 지혜다. 어르신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노마지지’의 고사처럼 지혜를 만들고 다음 세대에 나눠주는 ‘지식의 크리에이터’다. 어버이날 아침 컴퓨터를 켜면서 문득 드는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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