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앞두고 서울외환시장은 통상 잠잠하기 마련이다. 어떤 결정이 나올지 투자자들이 숨을 죽이며 결과를 기다리는 탓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금통위를 코앞에 두고서도 원화 가치는 2거래일 동안 24원이나 급락했다. 그만큼 국내외 금융시장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1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3원90전 오르며(원화 가치 하락) 비교적 차분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엔화와 유로화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원화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4·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하회하고 유럽도 공식적으로 돈을 풀면서 환투기 세력이 엔화와 유로화 약세에 베팅하기 시작했다"며 "원화도 이에 동조화해 큰 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 원·엔 환율은 100엔당 920원대를 유지했다.
1,120원선을 놓고 잠시 멈칫하던 환율은 점심시간 이후 다시 상승해 결국 10원50전 급등한 1,122원60전에 장을 마쳤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신흥국이 '긴축 발작'을 일으켰던 2013년 8월 이후 최고치다. 이 연구원은 "1,120원은 의미 있는 선이었는데 비교적 쉽게 뚫렸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 원화 가치가 추가 약세를 보일 것이며 다음주까지 변동성도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12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한은이 금리동결 결정을 내리든 깜짝 인하를 하든 외환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오는 17일(현지시간)부터는 이틀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기 때문에 회의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든 원화 가치는 급격히 변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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