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펀드 시장에서 인덱스에 투자하는 베타(Beta)상품 비율이 현재 37%인데 이 비중이 4~5년안에 50%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기관 및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베타 비즈니스를 강화할 예정입니다."
서정두(사진)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타운용본부장(상무)은 3일 앞으로 투자 방향이 '알파(α)'에서 '베타(β)' 추구로 옮겨갈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기존 액티브펀드가 알파 상품이라면 코스피200 등 시장 인덱스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인덱스펀드 등은 베타 상품으로 분류된다.
서 본부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액티브펀드가 대거 손실을 낸 데다 인덱스펀드의 보수가 저렴해 시장 관심축이 점점 베타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일본의 현재 인덱스펀드 비중이 70%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베타 상품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투운용은 베타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달 기존 '대체투자(AI)운용본부'를 '베타운용본부'로 변경하고 이를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두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한국운용의 베타운용본부는 ETF운용부문, 퀀트운용부문, 글로벌인베스트먼트솔루션(GIS)운용부문으로 나뉘며 서정두 본부장을 포함해 총 27명의 조직원으로 구성됐다.
서 본부장이 중점을 두는 분야는 ETF다. 서 본부장은 2002년 국내에 ETF 시장이 출범할 때 한국거래소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해 법 제도를 만든 '정통 ETF맨'이다. ETF는 코스피200, 삼성그룹주 지수 등 인덱스를 추종하는 대표적인 베타 상품으로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어 전세계적으로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그는 "한투운용이 ETF 시장에 뒤늦게 진출했지만 국내 최초로 합성 ETF, 중국본토 ETF, 일본 레버리지 ETF 등을 가장 먼저 상장시키며 현재 국내 시장에서 순자산규모 기준으로 3위까지 성장했다"며 "9월 초 쯤에는 일본 인버스 ETF도 출시할 예정으로 앞으로 해외에 투자하는 ETF 상장에 더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퀀트운용부문도 후발주자이기는 하지만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꾸준히 수익을 내면서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은다는 계획이다. 퀀트운용이란 펀드매니저들의 자의적인 판단이 아니라 계량화된 모델을 기반으로 투자해 '인덱스+알파'의 수익을 추구하는 베타 비즈니스 영역이다. 그는 "국내에는 퀀트운용과 일반 액티브 펀드 운용에서 아직까지 큰 차이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한국운용은 1년 6개월 전 퀀트 모델을 리스크 관리에 최적화될 수 있도록 대폭 조정해 이후 꾸준히 플러스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 본부장은 ETF나 퀀트 등 베타 상품을 다양하게 배분하고 조합해 기관 투자자들에게 최적의 투자 솔루션(플랫폼)을 제공하는 GIS 부문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글로벌 ETF, 해외 헤지펀드 등에 분산 투자하는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한국운용의 GIS운용부문이 운용하는 전체 수탁액은 2조원에 이른다.
그는 "국내 자산에서는 만족할 만한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해외 베타 상품에 대한 기관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베타 상품을 활용한 투자 플랫폼을 구축하는 비즈니스를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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