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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중기씨] 1부. 중소기업 바로 알자 <1> 중기 주민번호 아시나요

■ 기업 99% 근로자 88% 차지하는데… 존재감은 '깃털'<br>중기 인구비중 60%로 국가경제 버팀목 역할<br>헌법 123조 3항에도 육성·보호 의무 명시<br>올바른 가치 제대로 알려 이미지 전환 나서야

중소기업 바로 알기에 나선 신임사무관들이 지난해 7월1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현장 체험 발대식을 하고 있다. 청년층이 자부심을 갖고 유망 중소기업에 다닐 수 있도록 중소기업에 대한 국민과 사회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혹시 대한민국 중소기업 주민번호를 알아요?"

얼마 전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로부터 대뜸 질문을 받았다. '중소기업에 주민번호라니?'당황해서 우물쭈물하던 순간 "9988601233입니다"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금시초문인데다 7자리도 아닌 10자리 숫자여서 진짜인가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궁금증은 곧 풀렸다. 실제로 주민번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을 대표할 만한 상징적인 숫자라는 설명이었다.

우선 '99'는 중소기업이 대한민국에서 차지하는 기업체 수 비중이다. 2010년 기준 전체 기업체 수는 312만5,457개사로 이 중 99.9%인 312만2,332개사가 중소기업이다. 1996년 당시 262만개였던 중소기업 사업체 수는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인력들이 중소기업에 유입되는 한편 벤처붐이 일면서 크게 성장했다. 반면 대기업의 사업체 수는 1만8,212개에서 3,126개로 급감했다.

다음으로 '88'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근로자 비중이다. 우리나라에는 1,413만5,234명의 기업 종사자가 있다. 이 중 88%에 해당하는 1,226만2,535명이 중소기업 근로자다. 1994년 전체 종사자의 75%였던 중소기업 비중은 2000년 80%, 2007년 88%를 돌파했다. 중소기업은 지난 10년간 35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시키면서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중간 숫자 '60'은 대한민국 전체 국민 가운데 중소기업 인구 비중이다.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 기준 대한민국 국민은 5,094만명으로 평균 가족 구성원(3명)을 감안하면 이중 60%인 3,090만명(평균 3인 가족)이 중소기업 가족으로 구성돼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이 국가경제의 중심축이라는 얘기다.

마지막인 '1233'은 대한민국 헌법 제123조 3항인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여야 한다'를 의미한다. '중소기업'이라는 명칭은 1962년 헌법에 처음 등장한 뒤 1980년 헌법 124조2항에 '국가는 중소기업의 사업활동을 보호 육성하여야 한다'고 명기됐다. 이후 1987년 123조3항에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여야 한다'고 못박혀 있다.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헌법이 직시하고 있는 것이다.

의미 있는 숫자가 대변해주듯 50년간 한국경제를 뒷받침한 중소기업의 기여도나 중요성은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존재감은 새털처럼 가벼운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만연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6월 실시한 '청년층(1929세대)의 중소기업 취입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교 졸업자 3명 중 1명은 중소기업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불안'이라고 응답했다. 게다가 청년층 40%는 중소기업의 사업체 수 비중을 전체의 '50~70% 미만'으로 인지하고 있었으며 30%는 중소기업 근로자 삶의 만족도 수준을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청년층의 취업난이 심각하지만 왜 중소기업이 구인난에 허덕이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통령을 선언하는 지금이야말로 중소기업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 공유를 통해 새로운 위상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한민국 중소기업 주민번호의 의미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소기업 편견 해소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서울 구로에 있는 특성화고 유한공고가 그런 경우다. 이 학교 서성원 교장은 "선취업 후진학이라는 특성화고임에도 학부모들은 여전히 대학진학에 관심이 많다"며 "이 같은 학부모 마음을 취업으로 돌리기 위해 수시로 학부모 대상 중소기업 이해 교육 강연을 연다"고 밝혔다. 서 교장은 "우리나라 기업체 전체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이라는 것, 즉 10명 중 9명은 중소기업에 취업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 등 중소기업의 통계적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학부모의 생각이 바뀌게 되고 학생 역시 중소기업으로의 진로에 대한 긍정적 마인드 형성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변화는 고등학생뿐 아니라 대학생도 마찬가지다. 제3회 중소기업 바로 알리기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지도자상을 수상한 강원대 윤영두 교수(디자인학)는 "대학생들이 취업이나 진로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대기업을 추구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며 "공모전을 통해 학생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한편 대기업만 바라보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스스로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취업과 진로에 대한 올바른 가치를 형성하는 데 중소기업 바로 알리기는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청년 취업난 해소, 중소기업 인력 미스매치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BS의 김한중 PD 역시 "처음에 '9988'이라는 수치를 듣고 경악했고 이를 주제로 영상물을 만들어 공유했더니 4만3,000여건 조회수라는 놀라운 결과가 있었다"며 "중소기업 인식 개선에 대한 사회적 동참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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