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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연구소 시사진단] 북핵문제와 대북정책 방향
입력2003-06-01 00:00:00
수정
2003.06.01 00:00:00
김대환 기자
북한 핵 문제는 올해 안 해결보다는 장기화 될 가능성이 크며 정부와 기업은 이 같은 가능성을 감안해서 경제정책과 경영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서울경제연구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달 29일 `북핵위기 진단과 대북정책 방향`을 주제로 본사 8층 회의실에서 공동 주최한 시사진단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북한의 체제 속성과 안보 우려 등을 고려할 때 북핵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으며, 경제계는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북 경협과 관련 참석자들은 경협으로 북한의 체제가 바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성급하다면서도 북한의 점진적 변화를 유도하는 데는 경협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나 한국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 주는 한편, 북 핵 불용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참석자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장달중 서울대 정치학 교수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
▲정희수 서울경제연구소장 (사회)
장소: 서울경제신문 8층 회의실
▲정희수 서울경제연구소장=참여정부의 최대 현안은 안보와 경제다. 지금은 노 대통령의 개인적 문제, SK글로벌 문제 등으로 북한 핵 문제가 뒤로 밀린 듯한 면도 있지만,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우리 경제에 대단히 중요하다. DJ정부 햇볕정책이 한미정상회담이 후 변화된다는 주장도 있다. 참여정부 대북 정책의 핵심 정책이 무엇이고 북 핵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방법은 무엇인가.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북한 핵 문제의 발생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 핵 문제의 원인은 역사적 배경, 국가발전전략 등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역사적 배경을 살펴 보면 핵 문제는 남북한 사이의 체제경쟁의 결과다. 남북한 체제경쟁이 심화되던 77년 남한에 핵 발전소가 들어서 북한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때 북한 정부 대표단이 소련을 방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간 경쟁의 최전선인 조선에서 남쪽에 핵발전소가 들어서니까 우리도 받아야 겠다”고 소련측을 설득했다. 그러나 소련이 NPT 가입을 조건으로 내세워 설득에 실패했다. 핵 문제는 체제 경쟁의 산물로서 전개되어 오늘날 국제사회의 대립 산물로 나타난 것이다.
한편 북한의 국가발전 전략 측면에서 보면 정치적으로는 자주, 경제적으로는 자립을, 국방에서는 자위를 추구하는데, 자주적 북핵은 북한의 이해관계에 정확히 들어맞는 측면이 있다. 핵 에너지 자립으로 경제자립을 이룩하고 핵무기로 군사자립을 이룩하여 정치적 위상제고와 독자성을 추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북한은 현실세계의 인센티브를 가리는 측면이 있다. 한국은 왕왕 미국이 당근을 제시하면 북한의 반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북한의 현실인식 방식을 잘못 평가한 면이 있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체제에 도움이 되는 당근일 때만 유화적이 된다는 냉철한 원칙이 있다. 반면 국제사회는 북한체제에 도움이 되는 당근은 도덕성에 배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핵 문제는 상당히 풀기 어려운 문제다. 설득이나 당근만 가지고는 풀 수 없다. 국제사회의 물리적 힘으로 풀 수 있다고 보거나 그것을 백 그라운드로 밀어부칠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기대다. 북한이 죽음을 각오한다면 이는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센티브를 많이 주면 된다는 주장도 있으나 제도적 변화를 전제로 한 물질적 지원은 북한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다.
▲장달중 서울대 교수=정부의 핵심정책은 한반도 평화를 통한 동북아 중심 국가 건설이다. 한국경제가 한계에 왔다. 소비경제가 한계에 왔다. 한국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것은 대대적 산업정책을 통해서 R&D 투자를 늘이고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계속 벌리는 것이다. 또 한계에 다다른 소비경제에서 탈출 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물류기지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매우 중요하다.
참여정부는 평화번영 정책으로 시작했다. 또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당사자 해결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사자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다. 미국 가서 많은 노력을 했지만 얻은 것은 별로 없다. 일본 언론의 표현을 빌리자면 `포토 옵(사진에 신문에 실리는 것)`이상의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참여정부는 미국의 지지 얻으려 노력했지만 `추가적 조치`의 가능성을 열어 둠으로써 미국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가 미국의 강경 정책에 발을 맞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도 그럴 가능성 높아졌다.
정부의 정책이 뭔지 국민들이 잘 모른다. 제가 받은 인상은 참여정부는 북한의 핵 무기를 `블러핑(허위 위협)`이며, 미국이 북한을 끝까지 `깡패국가`로 남기려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과 이보다는 강압적인 미국의 입장 사이에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 지에 따라 한반도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남북간의 핵을 포함한 모든 긴장이 해결되지 않으면 경제의 앞날이 어렵다. 외국인의 투자도 최근 급격히 줄었다.
안보 위험이 사라지지 않으면 남북경협도 제대로 추진될 수 없다. 북한의 가장 큰 무기는 잘 훈련된 기능공이다. 그 사람들을 잘 활용하면 한국에서는 이미 경쟁력을 잃어버린 산업을 북한에서 발전시킬 수 있다. 70년대 봉제를 비롯한 기초 산업을 부흥시킨 세대가 한국에 여전히 살아있다. 이들이 있는 동안에 남북 경협이 추진 돼야지, 더 늦으면 남북경협의 경제적 이유가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핵 문제가 이상한 방향으로 간다면 상당한 경제적 위기가 올 수 있다. 컨트리 리스크등급이 바뀔 때 이자가 1%씩 오른다. 비용이 급상승하는 것이다. 무슨 방법을 써서 라도 해결해야 한다.
▲장 교수=하지만 해결이 안 되지 않나. 경제계나 정치계가 너무 비관적인 것 같다. 우리는 훨씬 더 위험한 상황에서도 경제성장을 해 왔다. 당연히 안정 안 되면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하지만 북 핵 문제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이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지혜를 모으는 게 더 중요하다.
▲정 소장=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시나리오를 나열하는 것에서 벗어나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나.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참여정부는 평화번영 정책을 천명했다. DJ는 일관됐는데 노 대통령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DJ 때는 핵 문제가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긴박한 상황이어서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돼 있기 때문에 남북공조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져 있는 상황이다. 북 핵 위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이 제한돼 있는 상황이다.
▲장 교수=정부는 경협을 유지하고 될 수 있으면 핵 문제를 경협에서 분리한다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평화번영 정책의 골격은 핵 문제가 터져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북 핵 문제가 북미 문제로 돼 버려서 외교부가 정보를 받아 전해 주어야 하는데, 이 과정도 일사분란하지 않다.
북한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 남으려 하는데 군비 경쟁에서는 남쪽을 이겨낼 수 없다. 그래서 대량살상 무기로 방향을 틀었는데 그게 적발돼서 문제가 확산된 거다. 북한은 군사적으로 강해져서 다른 나라가 공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변화시키기는 너무 힘들다.
▲박 회장=가장 싼 값으로 할 수 있는 게 핵 무기인데 쉽게 포기 할 수 없을 거다. 그렇다면 경제 정책도 그걸 감안해서 마련해야 한다. 올 해 안에 북 핵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경제정책도 북 핵 문제 장기화를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윤 교수=미국의 전략도 장기화 쪽이라고 본다. 대선도 앞 둔 데다, 주요 부대가 중동에 배치돼 있고 휴식도 필요하다. 한반도가 큰 과제이기는 하지만 미국은 현재 대북압박을 통해서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레드라인`을 넘으면 미국의 대응이 바뀔 수도 있다.
▲장 교수=북한이 그런 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윤 교수=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미국은 중국한테 압력을 가해 북한이 우발 행동을 못 하도록 하고 있다.
▲정 소장=남북 경제 협력은 서로 `윈윈` 할 수 있는데 왜 안 되는가. 북한 입장은 무엇인가.
▲조 위원=북한에서는 경제를 정치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한 보완적 수단으로 본다. 그런 면에서 남북경협도 북한의 사상과 의식을 보다 견고히 하는 방향에서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게 기본입장이다.
우리는 정치적으로 대화와 협력이 안 되니 북한의 경제적 토대를 먼저 바꾸면서 정치적 상부구조를 자연스럽게 바꾸려고 시도한다. 과거 이런 틀에서 경협을 몇 년 해 봤더니 이 사람들의 관행과 눈은 좀 변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의 생각, 시스템이 강요하는 논리, 원칙이 변한 건 크게 없다. 남북경협에 참여한 사람은 많이 변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시스템에 장애를 줄 수 있는 용기를 갖지 못하고, 결과의 책임을 시스템에서 평가 받으려 하고 있다. 따라서 경협을 활용한 북한체제 변화는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핵문제는 다르다. 시간상 상당히 긴박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다.
현재 경협은 북한이 한국, 미국, 국제사회와의 대립에서 버틸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기능이 더 크다. 이런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경협과 핵을 연계하는 것은 합리적일 수 있다. 핵이 한 두개라고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열 개가 될지 스무개가 될 지 모른다. 하나든 둘이든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응이 중요하다.
▲장 교수=북한이 단시일 내에 대규모 핵 무기를 개발하리라는 시나리오를 확신할 수 없다. 핵 과학자들은 북한이 대규모 핵개발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플류토늄을 새로 뽑아 내려면 앞으로 5년은 걸린다고 들었다. 지난 번에 뽑아낸 플류토늄이 문제지만, 이 부분은 우리 정부나 미국 정부가 분명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조 위원=있다 없다도 중요하지만, 추측이 무성할 때 서로가 이익이 있다고 보는 게 더 문제인 것 같다. 어떤 때는 있다 말하고, 어떤 때는 없다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핵 폭탄이 심지어 300개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이해관계에 따라 있다, 없다, 많다의 세 측면을 시기마다 활용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경협 자체만으로 핵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낮다. 정치적 문제에서 출발하고 정치적 갈등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이 사실 1단계는 지났다. 선거 때 공약으로 동북아 경제 중심과 연결된 평화번영 정책이 나왔으나, 방미 후 미국과의 약속 등을 의식한 대북 정책이 달라졌다. 이제라도 현실에 맞는 대북정책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핵 문제 관련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의견이 다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 다르다. 또 북한과의 관계 수준도 다르며 이에 따라 핵 문제 해결하는 수단도 다르다. 각 국가의 이해관계 차이점을 이해해서 정책적 조율할 수 있는 틈새를 노리자.
▲장 교수= 논리에는 동의하지만 결론에는 반대한다. 북핵 문제가 나오면서 주변국들이 그 동안 방관된 자세에서 이제 직접 이해당사자로 변하는 과정이다. 중국이 대표적 경우다. 중국도 더 이상 북한의 핵 개발을 용납하지 못 할 것이다.
북한이 더 이상 진전된 형태는 취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백기 들고 나오지도 않을 것이다. 북한이 변화해야 하는데 변화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진보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정말 북한 정권이 붕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 회장=홍콩 가서 사스에 감염돼 사망할 확률보다 서울서 인천 가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 하지만 사스가 CNN이니 MSNBC니 하는 방송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홍콩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마찬가지로 한반도에서 우발적 사건이라도 터지면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준다. 그래서 빨리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북 핵 문제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다니 이에 대비 해야겠다.
▲정 소장=북한 군부에서 우발적 사태로도 일어난다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도 클 텐데.
▲장 교수=유혈 사태 없이 어떻게 시스템을 `트랜스퍼`하나가 중요하다. 한국에서도 이를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유혈사태 없이 체제를 전환하는 방법으로는 경제를 기점으로 하는 게 제일 좋다.
▲박 회장=한국은 북한을 사회주의로 계속 가게 할 생각이 없고 북한은 자본주의로 갈 생각이 없다. 중국같이 겉으론 사회주의 하면서 실제론 자본주의로 가는 게 좋은 방법 아니겠는가.
▲장 교수=중국식 개혁은 북한에 힘들다. 북한에서는 사상에 대한 족쇄를 풀어놓지 않는다. 이게 중국과 북한의 차이다. 그럼에도 경협 유지만이 북한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정경분리 원칙을 지키기가 어렵지만 그럼에도 경협 유지가 바람직하다. 또 북한이 안심하고 경협에 나서게 하기 위해서는 체제 안정에 대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
▲윤 교수=체제 보장은 미국이 해 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 내부에서 외부 위협론을 확대시키는 경향이 있다. 지난 제네바 합의에 체제보장 내용이 다 들어있었으나 북한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장 교수=북한은 엄청난 안보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게 군대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겠나.
▲박 회장=60년대 말 박정희 정권 때하고 북한의 지금 상황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윤 교수=당시 박 정권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발전을 추진했다면 지금 북한 정권은 `고난의 행군`을 통해 군사력 강화를 추진하는 점이 다르다.
▲조 위원=체제 보장에는 내부적 보장과 외부적 보장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북한은 내부적 보장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오판하고 있다. 그들은 내부체제만 보장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예를 들면, 박 정권이 개발 독재하에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정치군사적으로 남한을 커버했기 때문이다. 북한에게는 이 같은 내부체제를 지원하는 외부적 커버가 없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가 북한의 체제 보장을 해 주는 게 한 방안이 아니냐는 견해가 제시되는 것이다.
<정리= 김대환기자 d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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