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ㆍ통신(IT)주가 갑자기 등장한 애플 관련 루머에 직격탄을 맞으며 급락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6% 이상 급락하며 전문가들은 국내 IT주들의 실적이 견고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애플과 엘피다의 연합전선 구축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기전자업종지수는 장 초반 1%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지만 이후 급격히 낙폭을 키우며 결국 전날보다 6.27%나 하락했다. 이는 두번째로 큰 하락폭을 기록했던 운송장비(-3.29%)의 거의 두배에 가까운 수치다.
특히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이날 장 초반부터 1% 안팎의 하락세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가파르게 떨어지며 결국 6.18%(8만 1,000원) 급락한 123만원에 장을 마쳤다. 이 같은 낙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2008년 10월24일(-13.76%) 이후 3년 7개월만이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 이후 처음으로 12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엘피다와 D램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SK하이닉스도 이날 8.89% 급락한 2만 3,050원에 거래를 마쳐 **개월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8% 넘게 떨어진 것도 2011년 9월5일(8.12%) 이후 8개월만에 처음이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락은 IT 관련주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되며 LG전자(3.70%) 삼성전기(7.11%) LG디스플레이(4.52%), 삼성 SDI(7.49%)등 주요 IT종목들도 모두 줄줄이 급락했다.
이날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주의 급락을 외국인에 의해 주도됐다. 실제로 외국인은 이날 총 순매도액(5.001억원) 중 절반이 훨씬 넘는 3,300억원 IT관련 물량을 내다 팔며 주가하락을 부추겼다.
이날 IT관련주들의 급락은 가뜩이나 유럽 위기로 위축된 상황에서 애플이 모바일 D램 공급선 다변화 차원에서 엘피다에 모바일 D램을 대량 주문했다는 루머가 시장에 퍼졌기 때문이다. 대만 IT전문지 디지타임스는 전날 최근 애플이 엘피다의 히로시마 12인치 공장에 모바일 D램을 대량으로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주문량은 엘피다 히로시마 공장 D램 생산량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성제 SK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D램시장에서 국내 업체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엘피다를 납품업체로 채택했다는 소식이 악영향을 끼쳤다”며 “특히 전기ㆍ전자주가 최근 약세장에서 상승세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외국인이 대량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IT주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엘피다의 물량 공급이 현실화 된다 하더라도 국내 IT업체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엘피다와 애플의 연합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어 무조건 긍정적 전망을 내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도연 LIG투자증권 연구원은“엘피다가 애플의 물량을 40% 처리한다는 극한의 가정을 한다 하더라도 SK하이닉스의 연간 D램 매출 감소분은 2.2%에 불과하다”며 “D램 가격이 상승추세에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과 주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애플과 엘피다의 연합이 현실화 돼 국내 IT주에 타격을 입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애플은 엘피다가 무너질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항해 가격결정권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엘피다를 지원하고 애플-마이크론-엘피다의 연합전선 구축에 공을 들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임돌이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부품 공급을 기대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엘피 마이크론사의 엘피다 인수,애플과 엘피다의 제휴를 통한 마이크론-애플-엘피다의 연합이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닌 만큼 IT주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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