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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베이비부머 황금연못을 찾아나서다] (1부-3) 인생 3막, 문화향기에 빠지다

미술·음악 등 꽉찬 여가 활동 "인생 후반기를 더 화려하게"<br>젊었을때 느끼지 못한 예술의 갈증 맘껏 해소


#1. 지난해 은퇴한 박용선(54) 전 웅진코웨이 대표는 자신의 집을 '아트라운지 디방'이라는 비영리 전시장으로 내놓았다. "직장 생활할 때 짬을 내 홍익대 야간학부를 다녔는데 많은 미대 졸업생과 화가들이 대관료가 없어 전시공간을 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을 도와주자고 결심하고 살던 집을 전시장으로 개조했습니다." 디방은 1년에 3번씩 기획전을 연다. 이곳에선 조만간 6번째 전시회가 개막한다. #2. 이영희(61) 리씨갤러리 대표는 남들이 정년 퇴직할 나이인 55세에 처음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미대를 졸업하자마자 결혼해 줄곧 남편과 외동딸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이제야 여유가 생겨 갤러리를 열었습니다." 그녀는 이곳에서 참여형 문화강좌인 '리씨사랑방'을 매월 1회씩 운영하고 있다. 자신과 같은 인생 후반부의 미술입문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갤러리에서 생기는 수익금으로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로 불리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이들은 이제 막 인생 후반기에 진입해 젊었을 때 시도하지 못했거나 경험하지 못했던 도전을 의욕적으로 펼친다. '인생 3막(윌리암 새들러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소 교수는40대 중반 이후 확보하게 되는 30년을 노년기에 앞선 '삶의 세번째 단계(Third Age)'라고 지칭)'을 화려하게 시작하고 있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눈길을 돌리는 곳은 문화, 예술 분야. ◇황금연못에는 문화향기 가득=한국고미술협회가 운영하는 '고미술 감정 아카데미'에는 50~70대의 수강생이 대부분이다. 정명석(62)씨는 "고미술 강좌에서 만난 친구들과 지난달 2주간 열린 간송미술관 봄 전시를 거의 매일 보러갔다"면서 "낮 시간에는 우리처럼 은퇴한 사람들이 관램객의 상당수였는데 다들 여유롭고 느긋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인생의 전반부를 전쟁하듯 치열하게 살아온 이들에게 인생 후반부는 보너스의 삶이 아니라 보상의 삶으로 인식된다. 충분히 여유로운 시간과 적당한 풍요를 바탕으로 그동안 억눌러왔거나 감춰뒀던 예술에 대한 갈증을 맘껏 해소하고 있다. 삼성미술관이 운영하는 '리움 문화강좌'는 상반기에는 고미술, 하반기에는 현대미술을 소개한다. 수강생을 200명가량 모집하지만 '단 하루' 만에 마감된다. 예술에 관심 있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수강생 이정숙(가명ㆍ60)씨는 "대학교수급 강사들의 명강의를 들을 수 있고 비슷한 취향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 유익하다"고 말한다. 입장료가 비싼 오페라와 발레 공연, 잘 꾸며진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을 찾아보면 예외 없이 초로의 관람객이 압도적이다. 인생 전반부에 즐기지 못했던 문화ㆍ예술의 향기를 인생 후반부에 부담 없이 한껏 즐기는 모습이다. ◇여가생활에 대한 다양한 체험 선행돼야=자신에게 맞는 문화와 여가활동을 발견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아직 '행운'이다. 지난해 은행원으로 퇴직한 박정석(60)씨는 해가 중천에 오를 때까지 집 안을 맴돈다. 오후에는 잠시 동네 친구들과 만나 화투로 시간을 보내고 느지막히 집으로 돌아온다. "할 줄 아는 것 하나 없는데 이 나이에 뭔가를 배워 할 자신도 없고 남들과 함께 한다는 게 민망하기도 합니다." 박씨의 하소연은 인생 후반부를 열어가는 이 시대 많은 시니어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30대에 육아를 위해 퇴직하고 전업주부로 살아온 김명숙(57)씨. 그녀는 노래나 그림을 배워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생각만 있을 뿐 아직도 결행하지 않고 있다. "평생 해본 적이 없는 일을 '이 나이에 잘할 수 있을까' 망설여집니다." 여가를 문화활동으로 황혼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여가생활에 대한 다양한 체험이 어느 정도 요구된다. 여가정책 전문가인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사는 "여가라는 개념을 일반인은 '재미를 추구하는 개인적 만족'에 초점을 맞추지만 본질은 개인의 생활설계인 '시간디자인'에 있다"고 강조했다. 중년 이후 여가활동을 준비한다면 지속성을 위해 동호회에 가입하거나 가족단위로 '관계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레저커리어'로 문화생활 찾아야='맛있는 음식도 먹어본 사람이 안다'는 말처럼 문화생활도 경험해본 사람이 누릴 줄 안다. 윤 박사는 "생애주기 초기인 청소년기 이전의 문화체험이 여가생활에 결정적이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도 '체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문화적인 여가를 찾아낼 수 있다"며 "업무에서 경력관리를 하듯 문화체험도 '레저커리어'를 통해 찾고 준비하고 체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년기 이후 여가활동을 찾을 땐 일상 속에서 향유할 수 있는 '생활 그 자체'일 때 지속적으로 몰입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나아가 여가와 문화활동은 자기만족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권유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식으로 확장될 때 더 큰 기쁨을 가져다준다. 이러한 이유로 노년층의 문화활동은 동호회를 통해 활동을 공유하고 복지단체 등지에서 봉사를 하는 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퇴직 후 여가관리 등을 상담해주는 권순석 바라 대표는 "여가를 생활 영역으로 끌어들이면 일 자체에서도 여가와 연관된 것을 찾을 수 있다"며 "가족과 함께 가구 만들기, 의식주 활동과 관련된 놀이 등 주변의 '생활문화'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여가를 찾아내는 게 유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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