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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골프] 조규완 골프스카이닷컴 이사

내가 골프 프로그램을 맡기 시작한 것은 방송국에서 PD를 하던 8년 전 어느 날부터이다. 그때부터 내 인생은 `구도의 고행길`로 접어들었다. 프로그램을 위해 우선 PD 자신부터 골프를 잘 쳐야 한다는 생각에 맹렬한 연습이 시작됐다. 그리고 결정적 고행의 이유는 `너무 많은 것을 안다`는 것이었다. 박세리 프로에서 임진한 프로까지… 국내 정상급 프로들의 레슨 장면을 수십 번씩 보며 편집하고 촬영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하면서 레슨의 바다를 맘껏 항해하게 된 것이다. 금과옥조 같은 레슨을 놓치지 말고 모두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다. 그러면서 매주 녹화시간은 깨달음과 득도의 시간이 되었다. 녹화 때 봐둔 레슨을 실습해보기 위해 바로 연습장으로 달려갔다. 연습장으로는 부족해 동네 뒷산에 나만의 연습장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어느 날인가는 샌드웨지를 들고 도로공사 터의 모래를 푸고 다닌 적도 있다. 참고로 공사장 모래는 알이 굵어 샌드웨지가 많이 손상된다. 몸통 회전 연습을 한다고 장롱에 자전거 튜브를 매달아두기도 했다. 클럽 바닥에 떼었다 붙인 납 조각은 또 몇 덩이인가. 그 중 백미는 `원 포인트 메뉴판`이다. 특급 레슨을 흘려버리기가 아까워 그걸 종이에 적어 거실 벽에 붙이기 시작했다. 지나다닐 때마다 외우자는 심사였다. 종이가 늘어나니 어느덧 `백반집 메뉴판`을 방불케 되었다. 어드레스부터 피니시까지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은 왜 그리 많은지…. `메뉴판`은 어떤 위력을 발휘했을까? 짐작대로다. 정작 필드에서 그 메뉴판들을 떠올리자니 스윙은 엉켜버렸다. 너무 많은 정보를 몸이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허둥댄 지 8년. 나는 아직도 90타 언저리다. 얼마 전 촬영 때 만난 김주미 선수가 물었다. “조 PD님께서는 유명한 프로들을 많이 만나셨으니 골프를 무척 잘 치시겠네요?” 아, 그녀는 알고 있는 것이다. 약이 지나쳐 독이 돼버린, 너무 많이 알고 있는 남자의 비애를…. <김영기기자,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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