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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실 자율치유 한계 넘었다/제일은에「경영개선 명령」검토 의미
입력1997-08-18 00:00:00
수정
1997.08.18 00:00:00
최창환 기자
◎정부주도 지원·제재병행 선언/「자구」 제출후 특융 등 마련할듯정부가 17일 제일은행에 대한 경영개선 명령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금융기관 부실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는 의미다.
은행의 자율해결 능력이나 정부의 특혜성 지원만으로 치유할 수 없어 정부가 칼을 들고 「인력정리」를 포함한 수술작업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금융부실이 국가경제가 흔들릴 정도로 악화돼 어쩔 수 없이 「지원」과 「제재」를 병행하는 정부주도의 금융부실 처리작업을 선택한 셈이다.
정부는 일단 제일은행에 공을 던져놓고 있다. 제일은행이 이번주중 구체적인 자구노력 목표와 실천방안, 필요지원 사항을 포함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제출토록 지시했다. 자구노력이 충분하고 실천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한은특융 등 각종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부실가능성이 있는 다른 모든 금융기관도 이같은 절차를 거쳐 정상화시킨다는 원칙도 함께 표명했다.
문제는 정부가 충분하고 실천가능 하다고 판단하는 자구노력의 수준이 과연 어느 정도인가다.
결론부터 말하면 「군살빼기」식 감량경영이 아니라 대대적인 인원감축을 포함해 「뼈를 깎는」자구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이경식 한은총재가 지난주 제일은행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구노력에 대한 노조동의서를 요청한 것도 노조동의없이는 대량감원이 불가능한 현실을 반증한다.
재경원은 자연감원이나 웃돈을 더주는 명예퇴직식의 감량경영 수준으로는 납득할만큼 책임을 묻는 내용이 아니어서 한은특융을 포함한 특혜성 지원에 명분이 서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당면 부실정도에 비춰 감량경영 정도로는 경영정상화마저 요원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제일은행의 상황은 최근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제일은행은 지난 상반기동안 무려 3천5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회수가능성이 없거나 이자를 못받는 불건전여신이 지난 3월말 현재 3조9천7백10억원에 달한다. 하반기에는 기아파문의 영향으로 경영상황이 더 악화될 전망이다.
3년간 1천1백명을 감원하는 등 모두 5천1백25억원을 절감하는 자구노력과 정부가 검토중인 2조∼3조원 규모의 한은특융을 통해 연간 2천억∼3천억원의 수지지원을 합쳐도 확실하게 경영개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제 초점은 과연 제일은행이 정부가 받아들일만한 자구계획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제일은행의 내부 분위기상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많다. 제일은행 직원들은 부실의 책임이 은행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관치금융, 정치금융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노조도 추가적인 감원 등에 반발하고 있다.
물론 자구노력이 불충분할 경우 정부가 지원불가를 선언하면 되지만 사정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재벌그룹의 연쇄부도로 한국 금융기관에 대한 신인도가 추락한 상태에서 제일은행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외환위기 등 국가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사태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 방침이 당초 한은특융 불가에서 국회동의를 거친 조건부 한은특융으로, 한은특융과 성업공사를 통한 지원병행으로 시시각각 바뀌는 것도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반증이다.
지원을 통한 불끄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원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제일은행이 스스로 마련하지 못할 경우 결국 공권력을 동원, 대량감원 등 경영개선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재경원은 판단하고 있다.
대선국면과 경기침체가 겹친 형편이라 정부가 연내 좀 더 과감한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건이 호전되는 내년부터는 예금보험공사 등을 동원한 금융기관 합병 등 강도높은 부실처리 방안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성업공사의 부실채권정리기금 규모를 당초보다 2배이상 늘린 3조원이상으로 조성키로 한 것은 부실정리를 위해 기반을 갖추는 행보에 다름아니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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