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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종의 글로벌 워치] 세계경기 진단 (下)유럽연합

'빅3' 활력 상실…'유럽모델' 중대고비<br>노동시장 경직·과다한 복지비용으로 경쟁력 추락<br>스태그-디스인플레 우려속 정치적 불안도 커져<br>"통합 시너지가 경제성장 동력 역할" 일부선 낙관



[홍현종의 글로벌 워치] 세계경기 진단 (下)유럽연합 '빅3' 활력 상실…'유럽모델' 중대고비노동시장 경직·과다한 복지비용으로 경쟁력 추락스태그-디스인플레 우려속 정치적 불안도 커져"통합 시너지가 경제성장 동력 역할" 일부선 낙관 세계 경제에 어둠이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 유럽대륙에는 짙은 안개까지 밀려오고 있다. 지지부진한 역내 경제가 정치적 불확실성과 맞물리며 통합의 희망을 희석 시키는 상황이 최근 유럽연합(EU)이 처한 현실이다. 통합의 토대가 될 유럽 헌법 조차 통과를 장담키 어려운 시점 대륙 경제를 진단해본다. 사실상 소프트패치에 빠진 미국, 디플레 늪에서 여전히 어우적 대는 일본. 거기에 더 답답해 보이는 게 유럽이다. 분배와 사회통합의 독자적 경제 노선을 걸으며 성장의 활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 유럽대륙이 극적으로 되살아날 모티브를 어디서 찾을까. EU 확대 1년, 그나마 동구권 일부 신규 가입국들의 선전(善戰)이 다행이다. EU 경제의 기관차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이른바 '빅 3'경제가 죽을 쑤며 전체 EU 성장의 바퀴는 삐그덕거리고 있다. ▦커지는 정치적 불확실성, 지지부진한 유럽경제=5년전 이른바 '리스본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을 제쳐버리겠다고 선언한 EU의 2005년 경제 성적은 초라하다. 유럽경제를 '미국의 70년대 말 수준'으로 평가 절하한 신문은 EU권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 지난 3월 이 평가에 이의를 달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게 오늘 EU 경제의 현실이다. 최근 발표된 경제성장률을 보면 경기 침체라는 표현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달 유럽중앙은행(ECB)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유로존의 올 경제성장률을 2%에서 1.6%로 떨어뜨렸다. 유로 경제의 기관차라는 독일과 이탈리아 낙제점, 간발의 차이로 낫다는 프랑스도 가장 중요한 지표 실업률부터 5년래 최고, 해결 난망이다. 가뜩이나 낮은 금리를 더 떨어뜨려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체적인 안개 상황 속에 유럽 경제를 특징지울 수 있는 말은 서저동고(西低東高). 서유럽과 동유럽ㆍ북유럽간 성장률 차이가 크다. 1년전 EU가 확대되며 신규 편입한 동구권 8개국은 성장률은 현저히 개선됐지만 인플레이션과 실업에 노출됐다. 한편 경기가 더욱 부진한 양상을 보이는 대륙 서쪽 기존 회원국들은 손해만 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우며 이들 나라의 가세에 불만의 목소리를 터뜨리고 있다. 유럽경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최근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에서 극명히 나타난다. 강한 통화와 경직된 노동시장 등 영향으로 초저성장-초저물가를 의미하는 스태그-디스인플레(stag-disinflation)에 빠져들었다는 진단이다. 실물보다 기업 심리지수가 더 부정적으로 하강하고 있고 유럽의 현재 생산 재고 및 미래 생산 등이 총체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식 경제 모델의 한계?=도대체 어디가 문제일까. "유럽식 모델은 실패작" FT의 평가와는 또 다른 색깔로 EU 경제 체제 자체를 혹평한 미 월스트저널의 최근 보도다. 신문은 오늘 EU 경제가 저성장과 고실업이라는 양대 골칫덩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광범위한 복지혜택, 높은 세금, 노동시장 규제 등으로 대표되는 유럽식 경제 모델의 오류 때문이라 단언했다. 주주이익을 중시하고 노동 시장을 유연화한 미국식 모델이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경제를 혁신시켜 나간 반면 유럽식 체제는 노동시장이 경직됐고 특히 과도한 사회복지 비용으로 국가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미국식 모델과 유럽식 모델에 대해 노동, 기술 혁신 등의 미시적 경쟁력 차이만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유럽 경제 부진의 이유를 개별국의 거시 경제 관리 실패, 국가간 통합 과정의 비효율성의 거시적 문제로 보는 시각이다. 그러나 유럽이 갖고 있는 세계 최고의 교육 및 문화 수준에 기대를 걸고 있는 측의 입장은 통합의 시너지를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경우 유럽의 미래는 낙관할 수 있다는 견해다. 실제 그 같은 가능성을 핀란드나 스웨덴 등 알찬 성장을 해 나가고 있는 북부 유럽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험난한 앞길=유럽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성장 둔화와 맞물려 지금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드는 건 정치적 현안들이다. 당장 통합의 기초가 될 헌법 승인부터 문제다. 오는 29일 국민투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프랑스와 여전히 반대 여론이 거센 네덜란드를 필두로 EU 헌법 부결이 도미노 현상을 이룰 경우 유로화의 기반은 크게 약화되고 심지어 EU가 공중분해될 것이란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성장의 걸림돌로 지적 받고 있는 유럽식 사회주의적 모델에 대한 EU의 전면적 개혁을 말하는 견해가 있지만 실제로 그 길로 나가기 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 모른다. 실제 지난 11일 유럽의회는 영국에 대해 노동시간 제한 강화라는 프랑스-독일 모델에 뿌리를 둔 결정을 내림으로서 또 다시 미-영식 자유주의 모델 선택에 대한 기대감을 무산시켰다. 지금 유럽은 내적 통합과 외적 확대라는 두 과제를 놓고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 과정에서 진통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유럽 전반의 경제 부진에도 영미식 모델을 가미한 국가들의 경우 프랑스 독일 등 기존 거대 경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경제적 성과를 시현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전 유럽에 확산될 것인가. 최근 권오규 OECD 대사는 국회 토론회에서 유럽도 사회통합과 분배위주 정책에서 성장과 고용에 대한 전략으로 올인하려는 조짐이 있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처럼 EU가 움직여 준다면 유럽사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같은 말을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오늘 EU의 움직임은 여전히 둔하다. 또한 과감한 개혁을 위한 역내 구성원들의 인내에 피로도 느껴진다. 오만한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입에서 나온 비아냥이었지만 그의 '늙은 유럽'이란 표현을 전적으로 그르게만 볼 수 없는 게 지금 유럽대륙이 보여주고 있는 현실이다. hjhong@sed.co.kr 입력시간 : 2005-05-1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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