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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 계기로 삼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결의로 한국이 온통 어수선하다. 정국은 한치 앞을내다 보기 어렵고, 국방과 외교를 포함 가뜩이나 힘든 경제를 더욱 고통속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과 두려움이 나오고 있다. 경제가 97년 외환위기 때보다 힘들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릴 만큼 매우 난감한 상황임을 부인키 어렵다. 수백만명의 개인신용불량자와 누적된 가계부채 문제, 장년층은 물론 청년실업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었다. 반도체, 자동차등 몇가지 주력 산업을 제외하고는 많은 산업 부문이 국제 경쟁력을 상실하고 미래를 전망할 수 없을 만큼 실의에 빠져 있다. 개선될 기미가 없는 노동문제와 최근의 원자재 파동은 고통 속에 있는 기업과 경제 전반에 업친데 덮친 격이다. 솔로몬왕의 지혜로도 풀기 어려운 이 산적한 문제들이 탄핵정국까지 겹치며 더 악화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과거 많은 정치ㆍ사회적 역경을 슬기롭고 참을성 있게 극복해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새로운 마음다짐을 할 필요가 있다. 고도경제성장을 추구하던 지난 79년 우리경제의 어려움은 누구도 풀 수 없을 정도로 난마와 같이 얽혀 있었다. 수출주도의 고도성장정책에 부응해서 탄생했던 많은 신흥 대규모 기업집단이 곳곳에서 도산했다. 율산실업, 제세산업, (주)대봉, 원기업 등 젊고 패기 만만한 기업인들이 단기간의 고속성장의 후유증으로 집단적으로 도산했다. 한편 당시 대재벌들은 경쟁적으로 종합상사를 설립, 무리한 수출실적 경쟁을 했고, 그런 것을 종합상사 경영의 정도(正道)로 알고 있었다. 당연히 경영상의 심각한 거품이 일기 시작했고, 금융경색은 갈수록 가중됐다. 10대 재벌은 어디든 거의 하루살이와 같이 금융기관의 비정상적인 초 단기금융(타점권 편의취급)으로 연명하던 시기였다. 이때의 거품 붕괴로 한때 한국 경제의 수출산업을 주도했던 10여개의 공룡 종합상사는 결국 지금과 같이 소수로 재편되었다. 당시 정치ㆍ사회적 불안은 경제 불안을 가중시켰다. 이른바 `YH 사건`으로 불리는 여성근로자들의 야당 당사 난입사건 등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고, 그러한 노동분규도 끊일 줄 몰랐다. 제2의 오일 쇼크를 맞아 국제유가가 수직 상승했고, 이런 국제적 환경변화에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던 한국 경제는 원자재 파동의 뼈아픈 고통을 겪어야 했다. 정정은 불안했고, 반독재 민주화 시위가 곳곳에서 불길처럼 번져나갔지만, 유신체제하에서 일반 국민들에게 보도되지 않은 채 입에서 입으로 알려졌다. 이때 발생한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은 한국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이었고, 정국은 물론 경제는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캄캄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냉정했고 인내력을 잃지 않았다. 정상적인 사회 여건에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어려운 경제 문제와 국가안위가 달린 엄청난 어려움을 당해 국민적 단합으로 현명하게 대처, 극복해 갈 수가 있었다. 이때에 이룩한 한국 사회의 저력이 80년대 경제성장의 바탕이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97년 외환위기 때의 사정도 유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으로 한국경제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는 평가를 받았던 97년과 지금의 한국 경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라 밖에서 세계화라는 큰 물결이 생겨나 흘러가는 줄도 모르고 국내 사정에만 만족하던 폐쇄적인 경제로 난국을 극복할 해법을 찾기란 어려웠다. 게다가 10여년간의 경제성장에 도취한 우리 경제 주체들은 시대에 걸 맞지않는 오만함과 고집으로 변화에 인색했고, 누구의 충고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급기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이란 극약 처방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위기의 순간에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빨리 변화에 적응했고, 국난 극복을 위한 국민적합의를 바탕으로 단기간에 IMF를 우등으로 졸업하는 영예(?)도 얻었다. 탄핵정국의 경제적 파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주가가 폭락하고, 사회전반에 위기감이 팽배하며, 국가신인도 하락과 해외투자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물론 위기인 것은 분명하고, 걱정해야 할 심각한 사태이긴 하지만, 우리는 이를 현명하게 극복할 슬기와 인내가 있다. 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유감없이 힘을 발휘하여 극복한 역사가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들은 국내외 정세가 난마와 같이 얽혀 위기를 겪는 순간에 국민적 단합의 계기를 마련했고, 지訃?또다시 그런 시기다. 작금의 국가적 위기 상황은 남보다 내가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집단 이기주의적 발상을 용납하지 않고, 국민적 단결과 인내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79년과 97년 등의 역경극복과정을 되새기며 마음을 가다듬어야겠다. 두 사람만 힘을 합해도 강철을 끊는 힘이 있다는 성현의 말씀이 있다. 난국을 맞아 국민적 힘을 합칠 계기를 마련한다면 오늘의 사태는 한국 역사에 또 다른 전화위복의 좋은 결과로 기록될 것이다. <김주현<현대경제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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