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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수지 예측 60%가 빗나가… 5년 계획이 2년 앞도 '깜깜'

[주먹구구 중기재정계획] ■ 전망과 실제 뜯어보니 <br>적자살림 감추기 일쑤 "목표 달성률 10.4% 그쳐" <br>조삼모사식 통계로 지출 증가율 착시 유발도 "국회가 심의·의결" 지적



"경기둔화 등으로 세수가 당초의 세입예산에 미치지 못한 경우에도 중ㆍ장기적 시계에서 결정된 재정지출 규모를 유지하게 돼 경기변동 진폭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지난 2004년 10월 국회에 우리나라 최초로 국가재정법 제정안을 제출하면서 덧붙인 법안 제안 이유의 한 대목이다. 이처럼 매년 5년 앞을 내다보고 정부의 지출 및 수입계획을 짜도록 하겠다는 게 '국가재정운용계획(이하 중기재정계획)'을 의무화한 이유다. 정부가 2004년부터 현재까지 발표한 중기재정계획은 총 8건에 이른다. 하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재정운용의 신뢰성 하락만 낳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5년짜리 계획임에도 불과 2년 앞도 내다보지 못해 중기계획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다. ◇장밋빛 전망으로 적자살림 감추기 일쑤=첫 중기재정계획인 '2004~2008년 계획'을 살펴보자. 2004년 발표 당시부터 2년 후인 2006년에 적자(관리대상수지 기준) 규모를 5조4,000억원 수준에서 방어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당해연도의 적자 규모(결산 기준)는 8조4,000억원에 이르렀다. 네번째(2007~2011년)와 다섯번째(2008~2012년) 계획 역시 발표 후 2년 뒤인 2009년과 2010년의 적자 규모 전망치를 각각 10조8,000억원과 9조7,000억원으로 잡았지만 실제 결산 적자는 전망을 훨씬 초과해 32조4,000억원과 3조3,000억원에 이르렀다. 계획 수립 후 불과 2년 뒤의 국가재정수지 예측이 5번 중 3번 꼴로 틀린 셈이다. 이처럼 전망치와 실제 규모가 큰 오차를 보이는 것은 정부가 애당초 해당 전망을 너무 낙관적으로 짜왔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들은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실태와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결과적으로 정부의 총수입은 과대 전망됐으며 총지출은 과소 계획됐다"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는 '2004~2008년 계획'부터 '2009~2013년 계획'까지 총 6개의 중기재정계획을 분석한 결과 평균 목표 달성률은 10.4%에 불과했다고 결론 내렸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개발본부장은 "정부가 재정 전망을 낙관적으로 잡는 경향이 있는데 만약 실제 경기가 정부 예측과 어긋나 정부의 중기재정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 그 자세한 이유를 정부가 국회 등에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삼모사' 식으로 통계착시 유발=정부는 그동안 수입 증가율보다 지출 증가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중기재정계획을 세워왔다. 여기에는 묘한 착시현상이 있다. 지출을 줄이기보다는 수입 증가율을 높게 잡아 상대적으로 지출이 덜 늘어난 것처럼 하는 방식이다. 기약하기 어려운 3~4년 뒤의 지출 증가율을 낮게 잡음으로써 현재의 높은 증가율을 눈가림하는 방식도 종종 눈에 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새 중기재정계획(2011~2015년)을 봐도 이 같은 '조삼모사'를 찾아볼 수 있다. 현 정부 집권 마지막 해인 내년도 재정지출 증가율(전년대비)은 5.5%로 잡아놓고선 차기 정권 집권기간인 2013~2015년의 지출증가율은 4% 중반 전후로 잡았다. 이렇게 하면 5년 평균 지출증가율이 4.8%로 낮아져 내년 지출 증가율이 경제성장률 전망치(정부 기준 4.5%)를 크게 웃돌아 5.5%에 이른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감춰지게 된다. 새 중기재정계획이 재정수입 증가율을 무리하게 잡았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재정수입 증가율은 내년과 내후년 각각 9%대로 설정됐는데 여기에는 실현 여부가 불투명한 주요 공기업 매각대금이 10조원 이상 포함돼 있다. 반면 차기 정부 임기인 2014~2015년의 재정수입 증가율은 2011~2012년보다 크게 떨어진 4.9~5.4%로 기술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2013년 균형재정 달성을 강조하자 관계당국이 이를 달성하기 위해 향후 2년간 재정수입 목표치를 무리하게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처럼 중기재정계획의 실현 여부가 도마에 오르자 국회가 책임지고 이를 실현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형수 조세연구원 예산분석센터장은 "현재 국회는 중기재정계획을 예산안을 심의할 때 참고 자료 정도로 다루고 있는데 중기재정계획도 심의ㆍ의결해 그 실행을 담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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