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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 박배호 건국대 교수

그래핀 표면에 주름 존재 확인… 휘는 전자소재 분야 응용길 터<br>기계적 박리법 통해 구역따라 방향 차이도… 세계 최초로 발견<br>접어서 휴대 가능한 전자신문 등 개발에 적용

박배호(오른쪽) 건국대 교수가 건국대 내에 있는 실험실에서 연구원들과 연구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그래핀은 흑연의 탄소원자 배열과 같은 모양이지만 두께는 원자 하나 정도에 불과한 2차원의 탄소 나노 구조체다. 흑연에서 한 겹의 원자층을 벗겨낸 것으로 전자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전도성이 매우 좋은데다 강도 등 물리적 성질이 뛰어나 앞으로 응용 가능성이 높은 꿈의 신소재로 주목 받고 있다.

올해 첫 과학기술자상 수상자인 박배호 건국대 교수는 기계적 박리법을 통해 분리한 그래핀의 표면에 주름이 존재하고 하나의 그래핀 조각에서도 구역에 따라 주름 방향이 다르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기계적 박리법은 접착용 테이프를 이용해 흑연에서 한 겹의 그래핀 막을 떼어내는 방법으로 그래핀 조각을 얻는 가장 일반적 기술이다.

박 교수는 기계적 박리법을 활용해 얻은 그래핀 박막을 원자힘 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e)을 통해 관찰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특성이 같은 하나의 그래핀 조각 위에서도 마찰력이 현저히 다른 구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동안 높은 진공 상태를 필요로 하고 가격이 비싼 투과전자 현미경이나 주사투과 현미경을 사용하고 복잡한 실험 과정을 통해 그래핀의 미세 주름 구조를 관찰한 사례가 있긴 했지만 미세 주름 구조의 방향성과 같은 특성은 발견하지 못했다. 박 교수는 일상적인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원자힘 현미경을 활용해 이 같은 성과를 얻어냈다.

원자힘 현미경은 아주 가는 바늘(마이크로 탐침) 끝의 원자와 시료 표면 원자 사이에 작용하는 반발력을 이용해 나노미터(㎚ㆍ10억분의 1m) 이하 단위에서 표면 상태를 스캔, 촬영할 수 있는 기구다.

박 교수는 원자힘 현미경으로 그래핀 표면을 탐침할 때 힘이 덜 들어가는 부분과 더 많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는 탐침의 진행 방향과 그래핀 표면 잔주름 방향이 같을 경우 혹은 직각 방향인 경우의 차이 때문으로 같을 경우에는 주름 모양의 변형이 작지만 다를 때는 모양의 변형이 많이 일어나며 탐침의 진행이 힘들고 마찰력이 크게 측정되는 것이다.

아울러 적절한 열처리 공정을 가하면 이런 구역 구분이 없어지고 그래핀 표면 전체가 일정한 마찰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도 박 교수는 입증했다.

그래핀이 완벽한 2차원 구조의 소재임에도 이론적으로 예측된 특성들이 실험에서 완전하게 구현되지 못하는 이유가 이 주름 구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열처리 공정 등을 통한 제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박 교수는 "이 기술이 그래핀을 활용해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전자 소자 개발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접어서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 전자신문 등의 개발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지난해 7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으며 특히 연구결과의 중요성을 인정 받아 사이언스 온라인 속보(Science Express)에 먼저 소개되는 영예를 얻었다.

아울러 박 교수는 복잡한 공정 없이도 원자힘 현미경을 이용해 일상적인 환경에서 그래핀을 나노 크기로 산화 또는 수소화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이전까지는 본을 뜨는 작업인 패터닝과 화학작업인 식각공정 등 복잡한 공정이 필요했지만 이를 일상적인 환경에서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박 교수는 "개발한 방법을 통해 그래핀 소재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양자적 현상을 관측하기 위한 다양한 회로를 손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박 교수는 다양한 첨단 실험 기법을 이용해 나노 소재와 소자를 직접 제작하고 이들의 특성을 향상시키고자 꾸준히 연구해왔다. 120여편의 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논문을 발표했고 논문 인용횟수도 3,500번을 넘어 이 분야의 유망한 신진과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건국대 WCU 1유형 사업단장을 맡고 있으며 2009년에는 한국물리학회 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과학자의 치열한 고민과 꾸준한 노력이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에 든든한 초석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욱 정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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