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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코트라, 수출 지원부터 잘해야

"다른 의도는 없었고 다른 나라 중견기업은 어떤지 한번 알아본 것인데 눈에 띄는 결과가 없어서 보고서만 간단히 작성하고 보도자료도 내지 않았습니다. 특이사항이 없어도 일단 직원들이 일을 한 건데 보고서는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자가 2일 코트라가 내놓은 '주요 국가들의 중견기업 현황 비교' 보고서를 본 뒤 지나치게 억지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돌아온 한 코트라 담당자의 답변이다. 조사 결과 특이사항이 없으면 보고서를 안 내는 것이 정상인데 '일한 게 아까워' 보고서를 냈다는 궁색한 논리다.

더욱이 코트라의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우리나라 중견기업 기준만 매출 1조원까지 잡아끌어놓고 다른 나라는 대부분 700억원 이하로 묶어두면서 이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했다. 이는 단순히 '각국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고 할 수준이 아니다. 게다가 국내 중견기업에서는 대기업 계열사를 모두 제외했지만 다른 나라는 이들이 포함됐는지 안됐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중견기업 부문이 부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해 못할 무리수를 둔 셈이다.

게다가 이 보고서에는 세계 각지에 나가 있는 코트라만의 정보력이 담겨 있지도 않다. 기존에 다른 기관에서 이미 사용했던 자료로 빼곡히 채운 재탕 보고서다. 그러다 보니 정책 방향에 대한 조언도 판에 박힌 이야기에 그쳤다.



이를 코트라가 모르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보고서라도 굳이 내야 했던 이유로 '어쨌든 이를 위해 시간을 투자한 직원의 노고가 아까워서'라고 변명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전시행정이다. 특이사항이 전혀 없어서 적극 홍보하지 않았다는 코트라 측 주장과 무관하게 이 보고서의 엉터리 결론은 새해 벽두부터 '우리나라 중견기업 비중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제목으로 언론을 통해 빠르게 확대ㆍ재생산됐다.

건실한 중견기업 육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이미 지식경제부 내에 중견기업국까지 만들어진 상태에서 코트라 같은 수출 전문 공공기관까지 나서서 무조건 중견기업 편을 들어주자고 주장할 필요는 없다. 통계까지 왜곡하면서 말이다. 요즘 같은 불황에는 중기 수출 지원 관련 조사와 지원만으로도 벅차야 할 코트라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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