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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시민들의 단결된 힘에서 나온다. 종교적 박해를 벗어나기 위해 메이플라워호에 몸을 싣고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났던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 미국은 출발부터 공동체의 자발적인 참여로 사회를 성공적으로 키워냈다. 그러나 최근들어 미국 사회를 단단하게 지탱해 주던 공동체가 쇠퇴하고 있다. 라이온스 클럽, 여성유권자 연맹 등 미국의 32개 전국규모 단체 회원이 1960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종교 단체도 마찬가지다. 1950년대 100명 중 80명은 됐던 기독교 신자들이 1990년대에는 65명으로 약 20%가 줄었고, 1950년대 35%에 육박했던 노동조합 가입률이 1990년대엔 15%아래로 떨어질 만큼 현저하게 줄었다. 미국 사회를 그물처럼 촘촘하게 엮고 있던 지역 공동체의 붕괴는 사회 전체의 결속력이 떨어지는 미국의 위기를 대변한다.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케네디 행정대학원)는 지난 100년간 미국 공동체 사회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추적하면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ism)이라는 개념으로 미국 사회의 성격변화를 분석했다. 사회적 자본은 개인간의 연계(connection), 이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네트워크, 호혜성(reciprocity), 그리고 신뢰의 규범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는 사회에 대한 신뢰와 정직성은 줄어들면서 사회에 대해 무관심해지는 현상을 ‘혼자서 볼링하는(Bowling Alone)’ 미국인이라고 정의했다. 경제성장으로 살림살이는 나아졌지만 타인과의 교류가 끊어진 탓에 불완전하고 깨진 유리조각처럼 개인들은 고독해지고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아무리 배부르고, 등 따뜻해도 공동체가 무너지면 사람들은 불안하고 외롭고 쓸쓸해지게 마련. 삶의 만족도 저하, 흉악 범죄의 증가 원인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왜 개인들은 거대한 도시에 고립무원의 섬처럼 존재하는 것일까. 저자는 그 원인을 세대교체에서 찾고 있다. 사회 정치적 의식이 투철하고 시민정신이 높았던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1945~1964년 출생)는 고령화하는 반면, 그 뒤를 잇는 X세대(1965~1980년 출생)는 개인주의와 물질주의적 가치관을 지나치게 내세워 미국 공동체의 공동화(空洞化)를 가속시킨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여기에다 심화되는 경제적 압박, 대중매체와 기술의 발전 그리고 도시의 팽창으로 인한 장거리 출퇴근 등이 더해져 사람들은 주위를 돌아볼 겨를 없이 스스로의 삶 속에 갇혀 허덕이게 됐다는 것. 저자는 상부상조, 협조, 신뢰, 제도적 효율성 등 사회적 자본의 긍정적 결과를 극대화하고 부패ㆍ파벌주의 등 부정적 결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연계형(bridging)’ 사회적 자본주의를 소개한다. 혈연ㆍ지연 등으로 묶인 사람들간에 형성되는 ‘결속형(bonding)’과 달리 ‘연계형’은 다양한 사회적 계층을 망라해 정체성과 호혜성의 네트워크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 저자는 연계형 사회 자본을 굳건히 하기 위해 정부ㆍ학교ㆍ사회ㆍ종교 등 사회 각 분야의 역할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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