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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코리아,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아서] 1부: 4만달러 시대, 블루 프린트 짜자 <5> 사회적 자본을 키워라

공정한 법 집행·개혁·정책 신뢰성 담보돼야 일류국가 도약

사회자본지수 OECD 평균 밑돌아 청렴도 낙제점

반기업정서 키우고 패자부활 외면… 비용만 눈덩이

신뢰 바탕으로 일관되고 효율적 정책 추진해야

일단의 젊은이들이 지난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가면을 쓴 채 저임금·불안정·장시간 노동을 일삼는 ''블랙 기업''에 대한 제보를 받는 온라인 사이트 개설을 알리고 있다. 우리 사회의 신뢰·배려 등 사회적 자본 부족은 다양한 사회갈등을 낳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초 불거졌던 연말정산 환급 파동 사태. 이를 복기해보면 우리 사회 지도층의 위선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월급쟁이의 세제혜택을 줄여 사실상 증세를 한 것임에도 세수는 늘었지만 증세는 아니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다 국민의 분노를 촉발했다. 무상복지를 하려면 증세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솔직한 정책제언을 외면한 대가였다.

문제는 이런 식의 정책추진이 가뜩이나 공동체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한국 사회를 더욱 저신뢰 사회로 고착시킨다는 데 있다. 정책 신뢰도 추락으로 향후 정책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음은 불문가지다. 공공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저신뢰 현상은 반기업 정서, 패자부활을 어렵게 만드는 경제구조, 피아 구분에 급급한 도식적 이분법적 사고 등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런 독소들이 선진국 진입 문턱에 서 있는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그런 맥락에서 신뢰·책임감·정직 등 사회구성원 간에 공유되는 규범인 사회적 자본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총괄본부장은 "사회적 자본이 적은 사회는 거래 비용이 커 조직 자체가 비효율적으로 돌아가게 되고 결국 경제도 활력을 잃게 된다"며 "공정한 법 집행, 사회적 계약을 중시하는 풍토, 공공개혁 등을 통해 사회적 자본을 축적해야만 일류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신뢰가 비용 키워 경제 발목=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트러스트'라는 저서에서 "선진국과 다른 나라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바로 신뢰로 대변되는 사회적 자본"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 수석연구원 스티븐 낵과 필립 키퍼 박사가 지난 1980~1981년, 1990~1993년 29개국을 상대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국가신뢰지수가 10%포인트 올라가면 경제성장률은 0.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초라하다. 신뢰·배려·참여 등을 항목으로 사적·공적 사회자본을 지수화해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사회자본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5.80)을 한참 밑도는 5.07(2012년 기준, 10점 만점)에 불과하다. 순위로는 32개국 가운데 29위. 미국(5.94), 일본(5.40)은 물론 폴란드(5.31), 멕시코(5.14)보다도 낮다. 청렴도도 낙제점 수준이다.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74개국 중 43위(2014년 기준)에 그쳤다. 고도성장 속에서 투명성과 윤리 문제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한 탓에 비리 관행이 뿌리 깊게 박혀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역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사회적 자본 수준을 끌어올리면 경제성장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이 매사 자기방어적 형태를 보이고 조직 분위기도 수직적 위계가 중시돼 혁신적 아이디어 수용이 어렵다"며 "사회적 자본 축적이 경제성장률을 올리는 근간이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뢰 수준 끌어올려야 경제 활력 돌아=사회적 자본 부족에 따른 그늘은 생각보다 넓다. 대기업이라면 납품업체와의 관계, 서비스업종인 프랜차이즈 기업이라면 가맹점과의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이런 기초가 흔들리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나 투자 활성화 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도 사회적 자본이라는 인프라가 있어야 가능하다. 실패 뒤 재기할 수 있는 기반 자체가 부실하고 금융권이 신용보다는 담보대출에만 계속 의존한다면 불가능하다. 윤창현 전 금융연구원장은 "기업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기업들도 단기 소규모 투자만 하게 되고 정부 차원의 규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자본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한 엄격한 제재와 정치 및 정책 부문의 정보공개 확대 등 투명성 제고 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한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법의 일관성 있는 적용과 집행, 규제축소를 통한 부패척결, 이익단체의 경우는 보다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네트워크로 진화해야 경제도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후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뢰 시스템을 깨는 행위에 대해서는 온정주의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정부 부처 간, 정부와 민간 부문 간 이견을 조율하고 일관되고 효율적으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정책추진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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