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대 공공기관인 한국전력을 광주로 옮기고 토지공사와 도로공사는 각각 전북과 경북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시ㆍ도별 배치안을 사실상 확정함에 따라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유치를 희망한 한전이 광주로 낙착을 보는 등 지역별로 득실계산의 윤곽이 나오면서 지방자치단체간 갈등이 심화되는 등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후폭풍이 심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최근 들어 부동산대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돼 있고 정치권의 최대 현안 역시 집값 안정인 만큼 공공기관 이전 자체에 대한 찬반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 광주행으로 낙착=정부는 공공기관 시ㆍ도별 배치안을 24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뒤 발표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일부 조정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형 공공기관의 막판 변동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전이 광주로 최종 낙착을 본 것은 평가기준 중 우선 순위였던 ‘낙후도’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전은 연간 예산이 29조5,482억원에 달할 정도의 공룡기업인데다 지방세 납부액(지난해 말 기준)도 185억2,300만원에 달해 그동안 광주는 물론 울산ㆍ대구ㆍ경북 등 각 지방자치단체가 한전 이전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한전에 이어 또 다른 ‘알짜’로 꼽히는 주택공사는 전남으로 갈 공산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강원도와 제주도가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여온 한국관광공사는 강원도로, 한국자산관리공사 및 증권예탁원 등은 부산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유치경쟁에서 밀린 울산에는 지역산업 연관성 등을 고려해 가스공사와 석유공사 중 한 곳이 배치될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기관발 부동산 투기 우려=전문가들은 177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더라도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의 본사 정원만 해도 3만2,000명에 달하지만 상당수 직원들은 지방에서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해당지역에 또 한 차례의 부동산 투기를 촉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아파트보다 토지시장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옮겨가면서 빈 땅으로 나올 서울ㆍ수도권의 ‘알짜배기 땅’을 사들이기 위한 건설업계의 막후 로비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핵심요지 강남에 3만여평의 땅을 보유하고 있는 한전 등 177개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땅은 벌써부터 부동산값 폭등의 진앙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 균형발전을 목표로 진행되는 공공기관 이전이 당초 목적과는 달리 ‘부동산 거품의 전국화’를 초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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