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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풀 의지는 있어도 제도가 걸림돌

“업체에 자금을 주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건설교통부 당국자). “돈이 필요한데 보증수수료다 뭐다 떼려면 시간도 걸리고 남는 것도 없는 형편이다”(건설업자). 정부가 재정자금의 조기집행을 통해 경기둔화에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지난해말이다.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의 80%를 상반기에 조기 방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최근에는 전체 예산의 51%수준이던 상반기 배정금액을 53%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발표와 달리 실적은 형편없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재정자금 집행 담당부처인 기획예산처 장관은 물론 경제부총리,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 재정 조기집행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적은 정반대다. 예산처는 `그래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재정집행 진도가 낫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경기과열을 우려해 재정자금 집행을 줄이는 분위기였던 지난해 초와 본격적인 부양론까지 제기되는 올해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왜 안 풀리나=두 가지 이유로 풀이된다. 첫째는 경기둔화가 예상보다 심각해 돈을 쓰려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돈을 푼다는 의지만 있었지 실질적인 제도는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 수원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정부 공사의 선수금을 받으려면 신용보증서를 끊어야 하는데 적지 않은 시일이 필요한데다 수수료도 턱없이 비싸다”며 “정부 공사의 단가가 낮은 상황에서 비싼 수수료까지 부담할 경우 수지를 맞출 수 없기 때문에 공사를 빨리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받아놓은 자금을 실적평가 기준시점이 임박한 분기말에 가서야 부랴부랴 집행하는 정부부처의 오랜 관행도 재정집행 부진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밀어내기식 예산 배정=쓸 곳이 없고 유인책도 없는 가운데 사용 실적을 올리려면 결국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정부가 2개월이 넘게 독려해 사용한 예산이 21조원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3월 한달에만 17조원 가까운 돈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갑자기 자금수요가 생기거나 배정분을 채우기 위해 마구잡이식으로 예산을 돌리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유인책이 없기 때문에 후자의 가능성이 높다. 한 건축업자는 “지난 1, 2월에는 자금을 달라고 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공무원들이 이제는 가급적이면 돈을 많이, 빨리 갖다 쓰라고 법석”이라고 말했다. ◇조기집행 유인책도 겉돌아=기획예산처가 재정집행특별점검단회의를 개최한 것이 지난 13일. 예산처는 회의에 앞서 재정조기집행을 저해하는 요인을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건의안을 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부처는 단 한 곳에 그쳤다. 수시로 제도 보완책을 접수받고 있지만 개별부처의 호응은 거의 없는 편이다. 정부 공사 선수금 수령에 대한 보증수수료 인하 문제에 대해서는 경제부총리가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지만 일선 부처와 해당 기관에서는 금융기관이 판단할 문제라며 책임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조기집행은 물론 제도 보완까지 립서비스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예산자율권은 확대=정부는 다만 각 부처가 스스로 판단해 예산사용권의 자율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일부 부처에서 제기된 전용(轉用ㆍ예산을 원래 목적에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권을 늘려준다는 것. 정해방 예산처 예산총괄국장은 “경상비나 투자비 등 아예 항목이 다른 예산의 전용은 곤란하지만 같은 항목안에서의 전용범위는 크게 늘려주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투자비 중에서 계속 사업비 같은 경우가 전용권확대의 일차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정 국장은 “날씨가 풀려 건설활동이 보다 활발해지면 재정지출규모가 큰 건교부 등의 재정집행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상반기 전체의 재정집행은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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