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정부는 조세·금융을 비롯한 전 분야에 걸쳐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선진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고환율 정책을 펴 수출을 촉진했다.
수출주도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한국이 무역강국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자동차와 정보기술(IT)·철강 등 주력업종 대부분에서 세계 수위를 이어가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기업친화적 정책'이 밑바탕을 이뤘기에 가능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증폭되고 있는 '복합위기'로 다시 한번 흔들리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이 선제적이면서도 과감한 기업 살리기 정책을 다시 한번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 증시가 무너지며 내수시장마저 위축될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미국은 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고 남북문제마저 위험 요인으로 다시 부상한 모습이다.
1997년 위기는 미국 등 선진국이, 2008년 위기 때는 중국 경제가 버텨줘 우리 기업들이 쉽게 이를 넘길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보다 근본적이고 대규모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먼저 장기불황의 근본원인을 진단하고 이의 대응책을 내놓아야 기업들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거시경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기업 전반에 이미 심대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
중국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의 판매가 급감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러시아 시장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발 위기가 동남아로 전이될 경우 상황은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도 "글로벌 거시경제 리스크에서 기업들을 보호해야 투자와 고용 같은 미래 성장엔진이 꺼지지 않고 힘차게 돌아갈 수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돈 현 시점에서 정부는 물론 여야도 힘을 합쳐 중복규제를 없애고 기업에 유리한 투자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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