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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현철청문회(사설)
입력1997-04-26 00:00:00
수정
1997.04.26 00:00:00
「혹시나」하고 기대했던 청문회는 「역시나」였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에 대한 국회 청문회는 앞서 다른 청문회처럼 소리만 요란했을뿐, 항간의 의혹을 벗기는 데는 실패했다.현철씨를 싸고도는 의혹은 크게 보아 한보 특혜대출 외압몸체, 국정개입, 이권개입 세 가지이다. 국정개입은 국회의원 공천·고위직 인사개입·안기부 기밀보고·대북관계 등이 있으며 이권개입은 지역민방 및 개인휴대통신(PCS)선정·대선자금·고속도로 휴게소 낙찰건 등이 있다.
그러나 청문회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정부인사 부분에 대해서만 현철씨의 일부 개입을 확인 했을뿐,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청문회전이나 다름없이 오히려 의혹만 부풀려 놓았다.
이날 청문회는 25일간에 걸쳐 예정돼 있는 한보 청문회의 하이라이트였다. 특히 현철씨가 한보철강 불법대출 외압의 몸체의혹을 받고 있는데다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출석한 청문회라는 점에서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소산 청문회」로도 불리는 이날 청문회는 그러나 열리기전부터 그 결과가 예고돼 있었다. 우선 지난 청문회에서 보듯 여당 조사위원들의 현철씨 감싸기가 한층 기승을 부리리라는 것과 신한국당이 당소속 위원들에게 배포한 현철씨 비호를 위한 신문지침이 이를 짐작케 했다. 또 증인이 부인을 하거나 답변을 거부하더라도 청문회가 갖는 한계성 때문에 혹시나 하면서도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청문회가 열리면서 이같은 우려는 그대로 나타났으며 여당 조사위원들과 현철씨는 사전에 입을 맞춘듯 질문하고 대답했다. 여당 위원들은 현철씨에게 해명성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으로 일관했으며 현철씨는 도상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모범답안만 늘어 놓았다. 그는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한듯,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표현을 거듭하면서 야당위원들의 격한 질문에는 눈물을 떨구기도 했다. 그렇지만 시종 감정을 자제, 해명성 답변외에는 『아니다』라는 부인으로 일관했다. 차라리 열리지 않은것 만 못한 청문회였다.
이제 한보를 비롯한 현철씨 의혹 규명은 검찰의 재수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본란에서 여러번 지적한 것처럼 지금 검찰은 국민들의 불신속에 국가중추기관으로서 존립의 기로에 서 있다. 검찰은 이번 기회에 거듭 태어나는 자세로 한보불법대출의 몸체를 밝혀 내고 현철씨를 둘러 싼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이것만이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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