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 중도해약이 늘어난 것은 중산층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성장률이 3%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과 지난해 100인 이상 사업장 8,835곳의 평균 임금인상률(4.7%)이 전년(5.1%)보다 떨어졌다는 우울한 소식 등이 미래보다 당장 먹고 사는 데 매달리도록 강요하고 있다. 소득이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서민층에게 노후대비는 사치일 수밖에 없다.
최후의 보루인 국민연금이 있다고는 하나 노인 부부의 최저생계비(1인당 55만3,000원)도 감당하기 벅찬 형편이다. 이마저도 기금고갈 우려를 막기 위해 갈수록 급여액이 줄어드는 분위기다. 국민연금 외에 다른 대비를 하지 않은 대다수 노인들은 빈곤층으로 밀려날 처지다. 경기침체→소득감소→연금해약→노후불안→양극화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음이 시나브로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악순환의 출발점이 불황이라면 고령화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성장을 통해 불황을 극복하고 실질소득을 늘리는 것 외에 다가올 노후대란의 위기를 넘을 길은 사실상 없다. 우리가 그동안 끊임없이 복지와 성장의 균형을 강조해온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보름 후에 출범할 새 정부는 기초연금 등 복지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접고 경제 살리기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연금저축 중도해약은 불황 속의 재원 없는 복지확대가 낳은 그늘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