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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웨어를 키우자] 6. 국제적인 인력을 키우자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개발아젠다(DDA) 협상이 당초 예정대로 오는 20005년1월까지 타결되면 서비스 무역 개방 폭이 크게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법률ㆍ의료ㆍ회계ㆍ기술인력이 자유로이 국경을 넘나들며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득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인도 등 개도국들은 우수 과학기술인력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DDA 협상을 통해 적극적인 개방압력을 펼치고 있다. 개도국들은 현재 근로자들이 개인자격으로 해외로 진출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년실업 문제로 고민하는 우리로서는 개도국들의 주장이 아주 매력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외국정부가 아무리 전문인력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 젖혀도 민간 단체가 주도하는 상호인정협정(MRAㆍMutual Recognition Arrangement)에 가입하지 않으면 국내 인력의 해외진출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일 뿐이다. 국내 인력이 해외에 진출하려면 자신이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입증 수단은 바로 MRA다. 하지만 우리는 이공계 분야에서 이런 MRA를 갖고 있지 않다. ◇국내 공대 졸업장으로는 해외 취업 거의 불가능=국내에서 취업하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워지자 해외진출을 시도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이공계 대학 졸업자들은 전공지식과 어학실력만 갖추면 취업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이는 큰 착각이다. 국내에서 공대를 졸업하면 미국 등 외국에서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도 없다. 미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미국시민권 소지자에 대해서만 기술사 시험 자격을 주지만 오레곤(Oregon)주만이 외국인에게도 응시자격을 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국내 공대 졸업자들은 오레곤주에서 조차 기술사 시험을 볼 수 없게 됐다. 미국 이외의 해외공대를 졸업한 사람들의 경우 출신 대학이 미국공학기술교육인증원(ABET)으로부터 인정받지 않으면 아예 1차 시험 자격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 가운데 ABET 인정 대학은 한 군데도 없다. 결국 엔지니어로서 아무리 자질이 뛰어나도 국내 대학 졸업장만으로는 해외에서 취업할 수 있는 길은 거의 봉쇄되어 있는 셈이다. ◇국제적 엔지니어 양성 노력 중국보다도 한참 뒤져=DDA 협상 진전과 함께 국제적 수준의 이공계 인력 양성이 `발등의 불`로 인식되자 국내에서도 서서히 공대교육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우물 안 개구리`식 교육정책이 이런 노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국제건축사연맹(UIA)은 지난 96년 건축사들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동등한 자격조건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권장기준을 발표했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대학 건축학과의 교육기간이 4년에서 5년으로 바뀌어야 한다. 건축학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5년제로 연장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한 끝에 교육부는 마침내 이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2년부터 5년제 건축학과 과정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반면 중국은 이미 10년전에 5년제 건축학과 과정을 도입, 시행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특히 국제적 수준의 건축사를 키우기 위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공계 대학교수는 “당장 미국 등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는 것은 어렵다 해도 적어도 중국에는 뒤지지 않는 이공계 인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가 교육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제적 수준의 공학교육 적극 지원해야=건축학과뿐 아니라 모든 이공계 학과들이 교육의 질적 하락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공대교수들을 중심으로 국제적 수준의 공학교육제도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 공학교육에 대한 국제적 MRA는 워싱턴협약(Washington Accord)이다. 여기에 가입하면 국내 이공계 교육이 국제적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비로소 공대졸업자들의 해외 취업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워싱턴 협약에 가입하려면 이공계 교육 자체를 크게 뜯어 고쳐야 한다. 따라서 이공계 대학 교수들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한송엽 서울공대 교수는 “정부가 연구뿐 아니라 교육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교육제도를 개편해야 비로소 국제적 수준의 공학교육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신문ㆍ산업기술재단 공동기획 공대교육 최대과제는 WA 가입 국내 이공계 대학교수들은 공대교육의 최대 과제로 워싱턴 협약 가입을 꼽는다. 공학교육에 대한 국제적 상호인정협정으로는 워싱턴협약(WA), 시드니협약(SA), 더블린협약(DA) 등이 있다. WA는 4년제 공대, SA는 2년제 공대, DA는 공업고등학교 교육을 대상으로 한다. SA와 DA도 중요하지만 현재로서는 WA 가입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여기에 가입하지 못하면 국내 이공계 대학 졸업자들은 국내용 엔지니어일 뿐 해외시장 진출은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이다. WA는 미국공학기술교육인증원(ABET)의 인증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출범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등 6개국은 지난 89년 `엔지니어의 국제적 이동을 위해서는 교육의 국제적 동등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WA를 체결했다. 현재 정회원은 출범 당시의 6개국에 홍콩, 남아공 등 모두 8개국이다. 이밖에 일본, 독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4개국이 예비 회원국이다. 우리는 오는 2005년 예비회원으로 가입한 후 2007년 정회원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공계 교육 質 향상위해 `인증제` 활성화 해야 한국이 워싱턴 협약(WA) 회원국으로 가입하려면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공학교육에 대한 국제적 수준의 인증시스템을 구축한 후 이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WA 회원국 전원의 동의를 얻어 정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01년 예비회원으로 가입한 후 지난해 정회원 가입을 시도했으나 스스로 포기하고 말았다. 일본의 유수 공과대학들은 이런 인증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치 않고 있다. 윤우영 고려대 공대 교수는 “일본은 주요 공대의 인증제도 불참으로 `인증 활성화`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탓에 신청해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비단 WA 회원국 가입이 아니라 이공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국제적 수준의 공학교육은 필수적이다. WA 회원국에 비해 우리의 공학교육 수준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WA 회원국들은 엔지니어도 의사 등과 마찬가지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깊이 있는 전공 교육을 강조한다. 그래서 수학, 물리학 등 기초과학은 36학점 이상, 전공과목은 최소한 54학점 이상 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국내 공대의 기초과학 이수학점은 15~22학점, 전공은 35학점 이상에 불과한 실정이다. 공학교육 인증제도는 산업 및 기술변화에 맞춰 학생들의 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를 위해 학생 수준 평가 및 산업체 등의 요구를 반영해 교육목표를 설정한 후 교과과정을 만든다. 또 주기적인 학생 평가를 통해 교육목표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 교과과정 등을 개편해 목표를 달성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김병식 동국대 공대 교수는 “사회변화에 대응해 이공계 대학생들의 자질이 끊임없이 개선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공학교육 인증제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국내 공대, 교육 인증제도 참여 저조=국내에서 공학교육인증원이 설립된 것은 지난 99년. 전국공과대학장협의회 등은 미국공학기술교육인증원(ABET)을 모델로 삼아 공학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아래 인증원을 설립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증제도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인증을 받은 것은 9개 대학에 58개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동국대와 인하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지방대학이다. 올해는 연세대, 한양대, 부산대 등이 인증을 추진중이다. 서울대는 아직 인증 계획도 없다. 서울대의 경우 오는 2006년에나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일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유수의 공과대학이 인증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치 않을 경우 WA 가입은 희망사항으로 그칠 수도 있다. ◇연구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큰 걸림돌=공학교육 인증 프로그램을 도입할 경우 교수의 업무량은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에서는 교수가 교육과 관련해 할애하는 시간은 강의, 시험 출제 및 채점 정도다. 하지만 공학교육 인증제가 도입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우선 강의시간이 늘어나는 데다 한 학기가 끝나면 문제점과 개선사항을 도출해 교과과정이나 교수법을 바꿔야 한다. 여기에다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 개개인에 대한 분석도 병행해야 한다. 연구논문만으로 대학 및 교수를 평가하는 상황에서 이런 인증제도 시행에 따른 추가적인 교육 부담을 환영할 리가 없다. 그만큼 연구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윤우영 교수는 “공학교육 인증제도가 뿌리를 내리려면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대학에 대해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연구성과만을 바탕으로 한 교수평가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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